[일본] 나의 꿈과 함께 펼쳐질 오키나와의 푸른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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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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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작 /해외취업


나의 꿈과 함께 펼쳐질 오키나와의 푸른 바다


 


 


 


변은덕 [일본 | 오키나와 츄라우미 수족관]


 


 


나는 어릴 때부터 생물을 좋아해서 공원의 곤충, 계곡의 물고기나 개구리를 잡아서 무작정 집으로 가져와 키우곤 했다. 고등학교 때 TV에서 바닷속 생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이 아름다운 생물들과 바닷속 세계를 직접 볼 수는 없을까?’ 하는 열망이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 해양생물들을 관리하며 수족관에다 바다 그대로를 재현하는 아쿠아리스트가 되기 위해 나는 해양생물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그 당시 한국의 수족관은 다섯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만큼 수가 적었고 내가 과연 이곳들 중 한 군데라도 취직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아쿠아리스트를 꿈꾸다


 


 


아쿠아리스트라는 직업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었고 취직을 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혀 시간이 지날수록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커져 갔다.


내가 미래에 일하게 될지도 모르는 직장이기에 국내에 있는 수족관은 다 가 보았다. 한국은 수온이 낮고 영양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적합하지 않아 수족관에서 사육되고 있는 수백 종의 아름다운 열대어나 희귀종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생물의 수송은 거리가 멀수록 생존 확률이 낮아지기에 위치상 가깝고도 여러 생물이 살기 알맞은 조건을 가진 나라에서 수입을 해야 한다. 일본은 세계에서 인구수당 수족관이 가장 많은 나라이며, 여러 생물이 서식하기에 알맞은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나는 일본에서 일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매일 일본의 수족관에 대해 알아보며 일본어를 공부했다.


해양생물을 양식하거나 수입, 수출하는 기관에 혼자 견학을 하러 간다거나 학과 공부는 물론 인터넷이나 책 등의 매체를 통해 생물에 대해 공부했고 현직에 종사하시는 분들을 소개받아 조언을 듣기도 했다. 부산에 있는 한 아쿠아리움에서 무급으로 한 달간 일하며 한국의 수족관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했다. 방학 때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홀로 일본의 수족관을 찾아 가서 생물 전시 방법, 고객 응대나 해설을 직접 경험해 보았고 일본인 아쿠아리스트에게 무작정 다가가 곤란해 할 정도로 끈질기게 질문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졸업이 조금씩 가까워지며 일본으로 건너갈 계획을 세우자니 설레는 동시에 가슴 한쪽이 답답해졌다. 어떻게 해서 일본 아쿠아리움에 입사할 것인가? 나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본에서 취업을 하기 전에 우선 일본의 아쿠아리스트를 체험해 보자는 게 잠정적인 결론이었다. 일본 전역에 있는 거의 모든 수족관 홈페이지에 들어가 아쿠아리스트 체험이나 인턴십 프로그램을 찾아보고 대학생을 위한 무급 인턴십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 수족관 몇 군데에 즉시 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외국인을 위한 제도는 없기 때문에 곤란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마지막으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수족관인 오키나와 츄라우미 수족관에서 일주일간 아쿠아리스트들의 업무를 보조하며 체험 프로그램에 지원서를 넣었다. 역시나 대답은 외국인을 위한 제도는 없다는 문장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낙담한 순간 일본어가 가능한 것 같으니 일단 회의를 거친 후 다시 연락을 주겠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한 줄기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약 열흘 뒤 학과장의 사인과 담당 교수의 허가 서류를 보내준다면 인턴십을 허가하겠다는 답변이 왔다. 학교의 허가를 얻어 서류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출국 날짜를 기다리는 동안 매일 츄라우미 수족관에 대한 정보들을 찾아봤다. 그러다 츄라우미 수족관의 계약직 사원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다. 매년 관련 전공에 여러 자격증 등 엄격한 조건을 내세웠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이력서만 통과된다면 단 한 번의 면접을 통해 입사가 가능하다고 적혀 있었다. 나는 인턴십 프로그램 담당자에게 외국인도 지원이 가능한지 메일을 보냈고 한번 도전해 보라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고 나서 바로 이력서를 작성해 보냈다.


 


 


 


세계 최고의 수족관 오키나와 츄라우미


 


 


개관한 지 12년을 맞이한 오키나와 츄라우미 수족관은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통해 다른 수족관에서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사육 시스템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으며, 일본 본토의 많은 수족관으로 기술을 전수하거나 생물을 수출하고 있다. 수족관 일에는 육체적인 노동이 따랐기에 나는 일이 끝나면 피로와 함께 긴장이 풀려 금방 잠이 들어버리기 일쑤였고, 눈뜨면 다시 수족관으로 향하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하지만 거대하고 웅장한 수족관에서 상상하지도 못했던 기술력과 열정을 몸소 체험한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어느덧 마지막 날이 되었다. 여느 때와 같이 일을 하고 있는데 인턴십 담당자의 호출이 왔다. 내가 보낸 이력서가 통과되었는데 한국으로 돌아가면 면접을 보러 다시 오기가 힘들 테니 약간의 배려를 하고 싶다며, 갑작스럽겠지만 한 시간 뒤에 개인 면접을 실시하겠다는 것이었다. 면접에선 이력서에 기재된 내용 위주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리고 면접이 끝날 즈음 왜 이 수족관에서 나를 뽑아야 하는지, 나는 왜 이 수족관의 아쿠아리스트가 되고 싶은지 자유롭게 말하라고 했다. 츄라우미 수족관의 외국인 관광객 비율은 1위가 타이완, 2위가 중국, 3위가 한국이다. 많은 한국인들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지만 한국어로 된 이정표나 설명이 부족해 불편을 겪고 있었다. 나는 단순 통역사가 아닌 해양생물 사육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으로 한국어 응대를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더 많은 한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와 한 달이 지나는 동안 나는 매일 합격 통보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개관한 지 12년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 직원으로 채용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나는 어류 팀 사육 담당이라는 말단 사원으로 생물의 생태나 사육, 관리, 전시 방법뿐 아니라 츄라우미 수족관의 LSS 시스템(Life support system.생물을 사육하기 위한 해수, 담수 등의 취수, 순환, 여과, 배관 시설 등 수족관의 전반적인 시스템 ) 등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해외에서 일을 하다는 것은 그 나라 사람들의 생각과 사고를 공유하고 또래의 젊은이들과 우정을 맺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가슴 뜨거워지는 일인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다. 무한 경쟁 시대에 내몰리고 있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묵혀 두고 있던 가슴속의 열정을 꺼내어 더 큰 세상을 무대로 젊음을 불태우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한국에도 광활한 바다 그대로 재현한 수족관이 만들어져 바다의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들에게 선사해 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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