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국 BIG 3 완성차 바이어로서 바라보는 한국과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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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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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려상 / 해외취업


미국 BIG 3 완성차 바이어로서 바라보는 한국과 미국


 


 


 


한동기 [미국 | 자동차 업체 바이어]


 


 


시간이란 참 빨리 흘러간다. 이 회사에 들어온 지도 벌써 3, 미국 회사에 첫발을 내딛을 때만 해도 내가 과연 여기서 적응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8년 전 소위 잘나간다는 대기업을 그만두고 처자식을 데리고 유학을 떠나왔다. 한국에 남았다면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제부터 한국에서 9년 정도 직장 생활을 할 때와 그 후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미국 BIG 3 완성 차에 정착하면서 느낀 두 나라 간의 차이점을 하나하나 나열해 보고자 한다.


 


 


 


직함과 진급 제도


 


 


미국에서도 직함이란 게 있긴 하지만 한국처럼 분명하게 나뉘지는 않는다. 타이틀은 어디까지나 타이틀일 뿐, 중요한 것은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얼마를 받는지 하는 것이다. 한국처럼 무조건 4년마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평가되는 일은 없다. 승진을 하고 안 하고의 결정은 개인의 몫이며 승진 따위에는 관심이 없고 현재의 직책으로 계속 일하고자 한다면 그냥 그렇게 일하면 되는 것이다. 미국 회사에 처음 입사를 했을 때 나의 담당 매니저는 나보다 다섯 살이나 어린 인도 사람이었다. 한국에선 4년마다 억지로 떠밀려서 승진 대상이 되고 차장 승진 한두 번 못했다고 한참 일할 나이인 40대에 자의든 타의든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후배들이 일이 년 먼저 승진했다고 주위 눈치를 보느라 위축되고 스트레스 받는 일은 너무나도 비생산적이지 않은가?


 


 


 


수직 구조와 수평 구조


 


 


한국에서 직장 생활 할 때, 같은 부서의 상사 중에 혼자서 등산 다니는 게 심심하다는 이유로 부서 내 만만한 부하 직원들을 주말마다 차례로 끌고 다니는 사람이 있었다. 간부들 중에는 자녀 결혼식이나 집안 행사에 부하 직원들을 대거 동원해서 사적인 일을 시키는 사람도 흔했다. 근무 시간 이외 사생활에서까지 상사로서 대접받기를 원하는 모습은 미국에선 목격할 수 없다. 보스는 어디까지나 직장 내에서의 역할로 한정된다. 이것은 한국과 미국의 조직 구조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 회사들은 대부분 수직 구조인데 반해 미국의 회사들은 수평구조이다. 미국 직장에서는 각 개인에게 책임과 권한을 동시에 부여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많은 재량권을 제공한다. 지시보다 토론이 중요하다. 수평 구조에서는 상사들과의 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나 갈등 같은 것들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출퇴근과 점심시간만 해도 그렇다.


한국에서 입사하고 얼마 안 되어 8시에 맞춰 정시 출근을 했다고 부서장에게 불려간 적이 있었다. 적어도 30분씩은 일찍 출근하고 퇴근도 웬만하면 8시 이전에는 하지 말라는 지시였다. 지금 이곳에서 나의 출퇴근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나의 스케줄에 맞춰 재량껏 근무시간을 조절한다. 점심식사 시간도 마찬가지다. 처음 나는 12시에 얼른 나가 식사를 마치고 돌아와 남는 시간에 책을 읽거나 잠시 눈을 붙이곤 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다들 자기 자리에서 일을 하면서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그렇게 일분일초라도 빨리 일을 끝내고 세 시든 네 시든 얼른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자 했던 것이다. 미국 사람들은 야근을 무척 싫어한다. 물론 미국에도 늦게까지 일하는 고된 직업들이 몇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게 대학의 연구직 교수이다. 이들은 미국에서 이혼율이 높기로 악명이 높다. 특히 명문 대학일수록 심하다. 연구하고 논문 준비하느라 야근이 많아지게 되면서 패밀리 타임을 희생했다는 것이 이혼 사유가 되는 것이다.


 


 


 


자택 근무


 


 


첫눈이 제법 많이 내린 날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식 직장 문화에만 익숙해져 있었기에 당연히 출근해야 되는 줄로만 알고 평소보다 일찍 출발해 사무실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사무실에 한 사람도 나와 있지 않았다. 다음 날 동료들에게 그 사실을 말하니 위험한데 왜 굳이 출근했느냐며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눈비가 오든 사고가 나든 아프든 무조건 출근해서 성실한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악천후일수록 남들보다 조금 더 일찍 출근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인정받는다. 내가 일하는 미시건 주는 겨울이 길고 눈이 많이 오기로 악명이 높다. 눈이 좀 쌓여 약간이라도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날이면 학교나 회사에서 먼저 연락이 온다. 집에서 일해도 되니 굳이 위험하게 출근하지 말라는 것이다. 출근하다 사고라도 생기면 그 책임을 회사에서 져야 하니 불필요한 사고는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회사에서 연락이 없더라도 각자 알아서 노트북을 펴고 집에서 일하는 게 통용되는 상식이다.


 


회식 문화


한국에서 일할 때 회식은 항상 퇴근 후인 여섯 시나 일곱 시에 시작했다. 일이 끝났어도 인터넷이나 뒤적거리면서 여섯 시나 일곱 시는 꼭 채우고 나갔다. 드물긴 하지만 미국에서도 회식 같은 단체 행사가 있다. 다른 점이라면 점심때를 전후하여 시간을 잡거나 두세 시쯤 퇴근한다는 것이다. 근처 맥주 집에 들러 특별한 안주 따위 없이 간단하게 한두 잔 정도 마시고 늦어도 네 시에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난다. 꼭 술집에만 가는 것은 아니다. 야구장이나 영화관, 공원이나 스포츠 경기장을 가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행사가 아무리 늦어도 네 시 이전에는 끝나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식 사고방식으로는 업무 시간을 뺀다는 게 이해 못할 수도 있지만 퇴근 이후는 어디까지나 패밀리타임이다. 조직보다는 개인 생활을 훨씬 더 중요시하는 서구식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차이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퇴근 후에, 그것도 밤늦게까지 부어라 마셔라 하는 한국식 회식 문화는 합리적이라 할 수가 없다.


 


 


 


맞벌이와 육아 문제


 


 


얼마 전 한국에 잠깐 다녀올 일이 있어, 이전 회사 동료들과 술 한잔할 기회가 있었다. 이런저런 사담을 나누다가 왜 한국에는 여성 직원들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한 사람은 자기 본사의 여직원들이 전부 다 싫다며 여직원들 때문에 자기가 왜 힘들어져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여자들이 생리나 자녀들 육아 문제 등으로 일찍 퇴근하고 종종 결근도 일삼는 바람에 자기가 대신 일처리를 해야 할 때가 많다면서 가능하면 남자 직원들과만 일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반면 다들 맞벌이를 하는 처지에 여자들이 직장에서 얼마나 눈치 보는지 이해해 주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여성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도 있었다. 자기 집사람도 매일 스트레스 받아가며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당장 맞벌이를 포기할 수도 없다고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한국의 젊은 부부들은 다들 맞벌이를 하기 마련인데, 정작 자신의 직장에서는 기혼 여성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이것은 미국처럼 육아문제를 남녀 직원 전체의 문제로 보느냐 아니면 한국처럼 단지 일하는 여성들만의 개인 문제로 보느냐의 차이일 수 있다. 하지만 육아는 맞벌이하는 직원들만의 몫이 아니라 기업을 포함한 사회 모두가 감당해야 할 공통의 몫이다. 일하는 여성들을 지원하는 것은 단지 여직원의 편의를 봐주는 일이 아니라 남녀 직원 전체를 지원하는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기업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이 된다는 점도 이해해야 한다.


 


 


 


갑을 관계


 


 


한국에서 신입 사원이었을 때 부서 직원들 몇 명과 수출품 품질 문제로 1차 납품 업체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이 업체에서 납품한 부품들 중 하나에 심각한 품질 문제가 발생하여 우리 회사에서 수출한 전 제품이 반송되는 소동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업체에 도착하자 납품 업체 사장과 공장 직원들이 밖까지 마중 나와 있었다. 공장장이 악수를 청하기에 손을 내밀었더니 옆에 있던 대리가 그냥 사무실로 들어가라고 했다. 분위기는 급속도로 얼어붙었고 다들 아무 인사도 없이 사무실로 향했다. 회의실로 들어가기 무섭게 그 대리는 나이와 직위를 막론하고 회의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성은 기본이고 심한 욕도 서슴없이 내뱉었다. 업체 사장은 그저 고개 숙인 채 사죄하고 또 사죄할 뿐이었다.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에선 갑에서 을로 이직하는 경우는 물론이거니와 을에서 갑으로 옮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실 갑이니 을이니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성공이 아니라 도전이 정상이다


 


 


많은 유학생들이 졸업 후 미국에서 직장을 잡고 정착할 계획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보통 한국 유학생들이 학기 내내 공부도 가장 열심히 하며 성적도 최상위이다. 하지만 막상 직장을 구하는 데는 실패하고 고국으로 돌아간다. 나의 동기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나만 제외하고는 모두가 한국으로 돌아갔다. 제 아무리 똑똑하고 우수하다한들 결국엔 영어나 비자가 문제가 된다. 아시안들 중에서는 그나마 인도 학생들 몇몇만이 겨우 직장을 얻는다.


재미있는 사실 중에 하나는 한국 사람들은 시험만 치면 거의 일등이지만 영어 구사능력이 떨어지는 탓에 수업 시간 중에는 다들 질문도 대답도 거의 않고 토론 참석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용한 학생은 일본인 아니면 한국인이다.


한국 사회는 도전보다 일등이라는 결과만을 강조해 왔다. 미국 사회는 실패하더라도 계속 도전하는 데에 가치를 부여하고 끊임없이 기회를 제공한다. 나는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행복해지기 위해서 유학을 택했고, 미국에서 일자리를 구했다. 생활환경이 최상은 아니지만 결코 나쁜 편도 아니다. 내 아이들이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기를 바랐고, 나 역시 가장 오래 일하는 국가의 국민으로 남고 싶지 않았다.


유학을 생각하거나 해외 취업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성공에 대해, 성취에 대해 생각하지 말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학위만 따면, 무조건 돈만 많이 벌면, 외국에서 살면 만족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행복이야 더더욱 말할것도 없다. 패밀리 타임이 있는 삶과 주말이 있는 삶을 누리고자 한다면 나는 그것이 경력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멀리서 행복을 찾을 수 있었듯 한국에 있는 직장인들에게도 하루 빨리 정상 궤도에 올라서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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