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에미리트] 하늘을 날고 싶다는 꿈을 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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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려상 / 해외취업
하늘을 날고 싶다는 꿈을 이루다
김혜주 [아랍 에미리트 | 에미리트항공 승무원]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후, 가슴속에서는 비로소 ‘내가 주인인 삶’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피어올랐다. 가라는 길, 가야 한다는 길을 걷는 동안 왜 그 길을 걸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내 삶인데도 그 중심에는 내가 없었다. 세계를 무대로 삼고 싶다는 꿈은 점차 커져 갔지만 어떻게 하면 될지 막막하기만 했다. 대학교 4학년 취업 준비생, 현실은 더욱 녹록하지 않았다. 항공 산업에 종사하고 싶다는 포부를 가졌지만 대졸 공채도, 지상직도, 승무원도 어느 곳 하나 문이 열리지 않았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충실하라
한없이 쪼그라든 내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간 취업 컨설턴트는 독설을 퍼부었다. 내 스펙 정도는 발에 차이는 낙엽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이다. 발톱을 세울 힘도 없는 나는 지난한 취업 전쟁에서 KO패를 당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눈을 낮추어 한 중견 기업에 입사하였다. 또다시 내 삶의 주인 자리를 세상에 내어 주고 만 것인지, 아니면 이것이 원하는 길인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선택지라고는 없었기 때문이다. 좌절하기 이전에 나는 최소한 그 선택지라도 넓혀 보고 싶었다.
첫 직장은 IT/핸드셋 부품 기업이었다. 원하는 방향과는 멀다고 느껴졌지만 IR(Investor relations)직무는 흥미로웠고 이전까지 내가 키워온 역량과도 잘 부합했다. 나는 이것을 더 큰 미래를 위한 기회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물론 원치 않는 부분도 더러 있었지만 의미 없게 느껴지는 것은 그저 사회 초년생이 겪는 착각이라 생각했다. 처음부터 큰일을 하는 사람은 없다. 때문에 복사기를 다루는 법조차 열심히 배웠다. 맡겨진 업무에 집중하며 저변을 넓히고자 유관 부문에 대해서도 파고들었다. 그만큼 업무 과정 속에서 성장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짧았지만 첫 직장의 태도와 경험은 앞으로도 평생을 가리라 확신한다.
살아 있는 영어를 배우고 취업의 현장감을 꾸준히 습득하라
물속에서 바삐 발을 놀려야 하는 백조처럼 직장을 다니면서도 해외 취업에 대한 준비는 차근차근 해 나갔다. 회사에서 맡은 일은 해외 투자자나 애널리스트를 상대하는 일이라 의사소통에 대한 부분은 자연스럽게 준비되었다. 미팅마다 면접을 보듯 접근했다. 발화 방법, 태도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영어는 서적보다는 외화를 수없이 돌려 보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었다. 또한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어 영어의 감을 잃지 않고자했다.
회사를 다니는 와중에도 주말을 이용해 스터디를 병행했다. 스터디를 하면서 면접관이 되어 다른 사람들을 평가해 본 부분은 실제로 면접에서 중요한 부분을 볼 수 있게 했다. 각종 취업 정보 사이트나 해외 취업에 유용한 사이트를 찾아 지원 가능한 자리가 있는지도 틈틈이 찾아보았다. 꾸준히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면서 기회의 문이 보일 때면 계속해서 지원하고 면접을 봤다.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여 진출 지역에 가까워져라
길이 보이지 않는 두려움으로 자신감이 없던 시점에 자주 찾던 월드잡 사이트에서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의 K-Move 멘토링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목표하는 지역 또는 직업군에 진출해 있는 멘토와 연결될 수 있었고, 오픈 멘토링을 통해 다른 멘토들로부터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살아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매칭된 지병림 멘토는 카타르 항공 사무장이자 소설가이다. 계획을 세워 점검 받고, 준비 사항들에 대한 세심한 조언들이 이어졌다. SNS를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 오프라인 멘토링에서는 중동 항공사에 특화된 주제가 다뤄졌는데 잘 알지 못했던 중동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몸소 경험한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에피소드는 물론 중동 음식까지 직접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이는 해외 취업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으로 면접에서도 큰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같은 꿈을 꾸는 멘티들을 만나고, 멘토에게서 동기부여를 받았다. 긍정 에너지가 가장 고무적이었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잃지 말라
2012년 말부터 항공 산업에 종사하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그러나 무수히 많은 항공사의 대졸 사무직 공채, 지상직, 승무원 채용에 도전했지만 매번 굳게 닫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열 손가락을 훌쩍 넘어가는 면접 경험을 뒤로한 채, 취업을 하고부터는 주어진 일에 집중하며 더 큰 도약을 준비했다. 또 다시 날개 펴기를 시도했을 때 노력은 결코 배반하지 않았다. 실패는 자괴감에 빠지게 할 만큼 씁쓸했지만, 실패의 경험도 할 수 있는 지금 더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며 견뎌 냈다. 필요한 것은 할 수 있다는 믿음, 긍정적인 마음뿐이었다. 나는 더 구르고 깨지기를 갈망했다.
기회는 늘 준비된 자만이 알아본다고들 말한다. 바꿔 말하면, 준비된 자에게만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이지만 결코 그 아픔을 즐기지 않기를 바란다.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것이 젊음이다. 그것이 질서를 깨뜨리는 것이든 순응하는 과정이든, 안타깝지만 더 큰 고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한때는 행복하고 싶다는 열망이 현실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졌던 적도 있었지만 그것은 청춘의 직무 유기였음을 안다.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해 가는 가시밭길을 참을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세상과 또 다른 기대가 눈앞에 어른거리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꿈을 꾼다. 하나의 꿈은 이뤘지만 이것이 나의 종착역이 아니다. 일분일초를 아끼지 않고 미래를 그려 나가려 한다. 이곳 두바이와, 세계를 내 그림 속에 그려 넣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언젠가는 멘토라는 타이틀을 달고 똑같은 고뇌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꿈을 돕기를 희망한다. 대한민국 청년의 세계 진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오늘도 조금씩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