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세상의 중심에서 꿈을 요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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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려상 / 해외인턴
세상의 중심에서 꿈을 요리하라
이가온 [미국 | Hyatt Boston Harbor]
나는 현재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Hyatt Hotel에서 7개월째 인턴 생활을 하고 있다. 세상의 중심에서 꿈을 요리하라. 이 한 줄만큼 나를 표현해 주는 단어가 또 있을까? 단순히 먹는 게 좋아서 시작한 요리. 하고 싶은 것은 꼭 해야 하는 고집쟁이로 보이지만 결국 해내고야 마는,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어릴 적부터 욕심이 많아 그만큼 하고 싶은 것도, 꿈도 많았다. 그중 하나가 해외 진출이었고 많은 우여곡절 끝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실업계 고등학교 출신, 이것 또한 하나의 방법
미국의 호텔에서 요리를 한다고 하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도 무척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학점도 좋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아쉽게도 나는 아니다. 인문계를 가면 하루 종일 앉아서 공부만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자신이 없었다. 차라리 그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일, 가장 배우고 싶었던 요리 학원을 다니면서 조리사 자격증을 따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실업계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실생활에 필요한 많은 자격증을 취득했고, 학교가 일찍 끝나 패스트푸드점이나 레스토랑 주방에서 일하며 다른 친구들보다 일찍 사회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열심히 공부한 덕에 고등학교 3년 내내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고, 마침내 내가 원하는 4년제 조리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나 지금이나 나의 선택은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그때의 선택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으니 말이다.
한 발자국 내딛는 순간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영어를 못해도 미국으로 가겠다는 꿈과 다짐은 아주 확고했던 나였다. 영어 공부를 하면서도 영어 실력이 한 번에 확 늘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고용주 인터뷰를 위한 영어를 달달 외웠고 원어민과 연습도 많이 했다. 사실, 인터뷰에서 물어보는 질문의 폭이 그렇게 넓지 않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공부하기가 더 수월했던 것 같다. 당시는 외국인 울렁증이 있었던 터라 인터뷰 당시 떨기도 엄청 떨었다. 처음 인터뷰를 본 곳은 인디애나 주에 있는 JW Marriott Hotel이다. 기대했던 이상으로 인터뷰를 잘 봤다고 생각했는데, 같이 인터뷰를 본 친구들 중에 나만 떨어졌다. 이때부터 조금씩 위축됐던 것 같다. 두 번째 도전은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Hyatt Hotel이었고 또 떨어졌다. 운도 따라주지 않은 것 같고, 무엇보다 영어에 대한 울렁증이 커져만 갔다. 울며 겨자 먹기로 봤던 플로리다 주의 Marriott Hotel 인터뷰에는 이전에 인터뷰 봤던 한국인 4명이 줄줄이 탈락했다고 해서 기대도 안 했는데 합격 통보를 받았다. 무척 기뻤던 것도 잠시, 호텔 내부의 문제가 생겨서 이번에 고용된 모든 인턴들이 취소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정말 말도 안 나왔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마음은 촉박해져만 갔다. 얼마나 더 잘되려고 이러나. 마음속으로 위로를 하고 이왕 이렇게 된 거 갈 때까지 가 보
자 하는 심정으로 계속 도전했다. 네 번째로는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 이력서를 넣었다. 그때가 12월 성수기라 그런지 이력서를 넣어 달라 해서 넣었는데 연락이 없었다. 이대로 기다리고만 있을 수가 없어 보스턴에 있는 Hyatt Hotel에서 인터뷰를 했는데 캘리포니아에서 뒤늦게 연락이 왔다. 사실 그곳이 더 가고 싶었지만 이미 고용주 인터뷰를 봤던 터라 보스턴의 합격 통지를 기다려야 했다. 보통 일주일이면 결과가 나오지만 겨울 휴가 기간이라 그런지 한 달 후에야 합격 통지를 연락 받았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1월 초에 비자 인터뷰를 본 친구들은 대부분 합격해서 출국을 했는데, 1월 중순부터 비자 인터뷰를 본 친구들은 줄줄이 거절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 영사가 4년제인 우리 학교가 취업 전문학교라고 말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대로 포기를 하느냐, 떨어져도 일단 부딪쳐 보느냐. 머리가 시키는 일보단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자는 생각에 비자 인터뷰를 감행했다. 결과는 합격. 대사관을 나와 눈물을 펑펑 흘렸다. 그동안 마음고생 했던 것이 비자 합격 하나로 모두 다 풀리는 듯싶었다. 그리고 정확히 일주일 뒤인 2014년 3월 12일, 나는 보스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토록 원했던 미국에서의 인턴 생활이었기에 그토록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다음에야 이루어질 수 있었던 거라 생각한다.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수많은 어려움 중에서 이건 극히 일부일지 모른다. ‘비가 온 뒤에 무지개가 뜨고, 포기란 배추를 셀 때 쓰는 단위이다.’ 해외 인턴을 준비하며 나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되었던 말이다. 지금 해외 진출의 꿈을 가진 사람들에게 나의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
세상의 중심에서 꿈을 요리하라
어릴 적부터 한국 밖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음식을 먹고 살까 궁금했다. 또 그와 반대로 그 사람들이 처음 한국 음식을 맛보면 어떤 반응을 할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래서 미국 호텔에서 인턴 생활을 하게 되면, 그곳 사람들에게 꼭 한국 음식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작은 꿈이 있었다. 지난달 셰프가 나에게 오더니 한국 음식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지금이 기회다 싶었던 나는 곧장 가서 불고기를 재워 놓고 비빔밥 야채를 손질해 놓은 뒤 다음 날 점심 때 불고기 비빔밥을 선보였다. 반응이 참 재미있었다. 소스도 맛있고 보기에도 매우 예쁘고 건강한 음식이라며, 너희 나라에서는 매일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느냐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인턴 생활을 하면서 가장 행복한 점은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한 주방 안에서 요리를 하며 말이 잘 통하지 않더라도 하나의 공동체임을 인식해 간다는 것이다. 간절히 원하던 일, 가장 좋아하는 일을 누군가와 공유할 수 있는 것만큼 행복한 게 또 있을까. 지금 나의 행복 지수는 200%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해외 인턴을 시작으로 그토록 시달리던 영어 울렁증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고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내 자신에게 칭찬을 해 주는 여유도 생겼으며, 어느 순간 자신감도 많이 되찾았다. 세상의 중심에서 꿈을 요리하겠다던 나의 외침도 해외 인턴이라는 기회를 통해 한 발자국 내딛을 수 있었다.
해외 인턴이나 취업, 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은 학점이 안 좋아도 좋고, 경력이 없어도 좋고, 스펙이 따라주지 않아도 좋지만, 꿈과 열정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금전적인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도 있겠지만 해외 인턴은 유급이다. 멀리 본다면 초기 비용 이상을 벌 수 있다. 또 해외취업성공장려금, K-Move와 같이 꿈과 열정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곳도 있기에 부담을 덜 수 있다. 여행도 많이 다닐 수 있고 외국인 친구도 많이 사귈 수 있어 이전보다 더욱 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해외 진출의 꿈을 품은 사람들이라면 꿈을 꾸고 목표를 세운 뒤에 부딪쳐 보라고 말하고 싶다. 넘어지면 또 일어서고 안 되면 될 때까지 도전하라고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은 돈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꿈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도전하는 자에게 기회는 주어지고 포기하지 않는 자만이 꿈을 이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