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물 안 개구리, 우물 밖으로 도약하다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9,384

장려상 / 해외취업


우물 안 개구리, 우물 밖으로 도약하다


 


 


 


김세현 [중국 | 한국계 기업 상해 지사]


 


 


나는 K-Move 사업 중 하나인 <중국 비즈니스 중간관리자 연수과정>에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정부의 어학연수 지원금을 받을 수 있고, ‘차이나빌이라는 중국 현지 인크루트 회사의 매니저를 통해 채용 박람회, 기업 탐방, 명사 초청 강연 등의 안내를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중국 현지 취업 시 적극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이 모든 과정을 거쳤고, 현재 한국 대기업의 상해 지점에서 일하고 있다.


 


 


 


유럽에서 중국을 만나다


 


 


내가 중국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특이하게도 유럽에서의 교환학생 생활이었다. 이과생이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과감히 복수전공을 택했고, 노력 끝에 교환학생에 발탁되어 네덜란드에 교환학생으로 가게 되었다. 당시 국제경영학부의 여러 가지 수업을 들으면서 발견한 한 가지 공통된 사실은 바로 모든 수업이 중국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숙제와 그룹 과제는 거의 중국을 주제로 했고, 교수님들은 중국에서의 기업 활동을 가장 큰 화젯거리로 강연하곤 했다. 그때 들었던 의문은 왜 머나먼 유럽의 작은 나라 네덜란드에서 중국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 하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네덜란드에 중국인이 왜 이렇게 많은 건지도 궁금했다. 하지만 궁금증을 해결할 틈도 없이 어느새 졸업과 함께 취업 준비생이 되었고, 이과생 출신인 내가 해외 영업 부서로 들어간다는 것은 코끼리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에 견줄 만큼 힘든 일이었다. 그렇게가슴속에 중국을 담고 하는 수 없이 충북에 있는 중견 반도체 기업 연구 개발 팀에 들어갔다. 우물 밖을 아는 개구리가 우물 안에 갇힌 것처럼 괴롭고 답답한 일도 없을 것 이다. 이 길은 내 길이 아닌데 현실이 날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기분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다 우연히 당시 유행했던 중국 관련 서적을 많이 접하게 되면서, 가슴속에 담아 두었던 중국이 다시 내 심장을 뛰게 했다. 1년의 연구실 생활을 접고 나는 중국으로 떠나기로 결심했다.


 


 


 


언어는 좋아하는 노래와 같다


 


 


나는 중국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하여 석 달 만에 HSK 5급을 취득했다. 물론 이 시험으로 중국어 실력을 판가름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것은 내 목표는 중국 현지에서의 취업이었기에 그만큼 열심히 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단기간 내에 향상된 내 실력을 인사담당자들에게 서류상 입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다. 자랑은 아니지만 주위 사람들에게서 왜 이렇게 실력이 빨리 느느냐, 머리가 좋다 등의 칭찬을 많이 들었다. 사실 난 내 스스로 머리가 좋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전에 그런 소리를 들어 본 적도 없었다. 중국어를 빨리 습득할 수 있었던 이유를 굳이 설명하려면 중국어가 재미있었다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룸메이트가 중국 생활에 경험이 있어 많은 조언과 충고를 해 주었고, 그 친구의 코 고는 소리와 함께 매일 새벽 2시까지 공부했다. 사실 펜을 잡고 공부를 해본 지 오래된 터라 처음엔 그렇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차츰차츰 시간을 늘려 가고, 중국인 친구들에게 그때그때 배운 것을 써먹으며 중국어에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어는 범위가 방대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같은 단어와 같은 문장을 구사하는 것이 아니다. 남자와 여자, 노인과 젊은 사람, 쓰는 사람마다 단어들이 다르다. 한국에서 중국어를 전공하고, 중국 대학을 나온 사람이더라도 중국어 공부는 다들 어렵게 느끼는 것 같다. 난 그래서 최대한 많은 사람과 최대한 많은 대화를 하려 노력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새로운 노래를 배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노래가 생기면 그 노래가 신곡이든 옛 곡이든 계속 듣고 싶고, 따라 부르고 싶다. 또한 그 노래를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과 같이 그 노래의 가사와 멜로디에 대해 공유하고 싶다. 그러면 저절로 그 노래의 모든 것이 나한테 녹아들게 되고, 내가 그 노래가 된다. 노래의 음표와 박자만 본다고 그 노래가 내 것이 되지 않는다. 내가 영어를 배울 때도, 중국어를 배울 때도 그랬다. 모든 것이 재미있었고, 계속하고 싶고, 계속 듣고 싶었다. 언어는 억지로 하면 더디게 배울 수밖에 없다. 정말 잘하고 싶다면, 그 속에 녹아들어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중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은 몸져눕는다


 


 


하지만 세상엔 아스팔트만 있진 않았다. 어디를 가든지 비포장도로는 있기 마련이다. 스스로 면접을 볼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라 생각했을 때부터 서류를 넣기 시작했고, 연수와 함께 구직 활동을 두 달 동안 병행했다. 대부분의 인사 담당자들은 나의 중국생활이 고작 4개월에 불과하다는 사실 때문에, 언어뿐만 아니라 생활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일 거라 판단했다. 최소 2년은 중국에서 살아야 중국에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장님들이 많았다. 하지만 중국에서의 구직 과정이 한국에서보다 좋았던 것은 그래도 면접을 볼 기회가 많이 주어진다는 점이었다. 한국에서 열 곳의 회사를 지원해 한 번의 면접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면, 중국에선 일곱 번 정도의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최소한 전화 면접의 기회라도 주어진다. 그렇게 해서 난 총 여섯 번의 면접을 보았다.


중국 기업은 일반적으로 월급이 정말 적다. 일반 학사를 졸업한 중국인의 경우 한 달에 70~80만 원이 보통이다. 그나마 한국인이 경영하는 회사에선 기본적으로 여기서 생활할 수 있는 정도의 월급과 대우를 해 주었기에 나는 한국 기업을 중점적으로 공략했다. 쉽지 않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최대한 내 장점을 부각시키며 면접관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과 내가 경험한 것들에 대해 거짓 없이 자신 있게 이야기했고, 결국 세 곳에서 합격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비록 지금은 갓 취직한 신입 사원에 불과하지만 난 이곳 중국에서의 경험이 결코 헛되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교환학생 때의 경험도 그렇고, 지금 한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 중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은 몸져눕는다는 말이 있다. 현재 한국 시장은 해외 의존도가 90%에 육박하고 그중에 중국이 50% 정도를 차지한다. 이 수치만 보아도 한국의 미래 시장을 이끌어 나갈 20대 청년으로서 지금 내가 무엇을 준비해야 되는지 바로 알 수 있다. 혹시 지금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중국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 해외 취업을 준비하고, 또 하고 싶은 사람들이 내게 조언을 구한다면 해외 취업에 필요한 핵심 준비물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해 주고 싶다.


첫째는 열정과 재미이다. 무슨 일이든 열정이 있고 거기에서 재미를 느낀다면 결과는 알아서 따라온다. 한국의 취업난이 견디기 힘들어 도망치듯 해외로 나오게 된다면, 더 깊은 수렁에 빠지기 쉽다. 적어도 목표를 가지고, 바로 앞에 있는 것보다는 저 멀리 큰 그림을 그리면서 앞으로 나아간다면, 어느새 당신이 꿈꾸는 자리에 앉아서 성공수기를 쓰고 있을 것이다.


둘째는 언어이다. 해외로 나간다면 필수로 해야 하는 것은 바로 언어이다. 언어를 잘하면 사람들 사이에서 상당히 좋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현재 한국의 이미지가 많이 올라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더더욱 플러스알파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해외에 나간다면 방에 박혀 공부만 하지 말고 나가서 최대한 그 나라 사람, 음식, 문화 등을 많이 체험해 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는 계획이다. 계획이 없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해외 취업을 결심하고 준비하고 있다면 적어도 5년 뒤 내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지 계획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내가 어떤 길을 택했고, 이제 좌회전을 해야 하는지 우회전을 해야 하는지 미리 표지판을 보고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사실 해외 취업 성공수기를 쓴다고 해서 내가 정말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난 이제 스물일곱 살 풋내기 사회 초년생이다. 단지 중국 취업에 성공했을 뿐, 내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또한 난 성공하고픈 욕심이 있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욕심이 있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남들이 말하는 성공과 맞물리면 좋겠지만, 실패와 가까워진다고 해도 내가 선택한 길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목록 목록
이전글
[영국] 한국인이라 참 잘되었다
다음글
[인도] 대한민국 청년의 기회의 땅 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