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대한민국 청년의 기회의 땅 인도
- 작성자
- 관리자
- 조회수
- 7,876
장려상 / 해외인턴
대한민국 청년의 기회의 땅 인도
안은지 [인도 | Samsung R&D Institute in Bangalore
멀티미디어 솔루션 개발팀 인턴]
2013년 8월, 나는 네 갈래 길 앞에 서 있었다. 다니던 직장을 계속 다닐 수도 있었고, 다시 한 번 하반기 대졸 공채에 지원해 보고도 싶었다. 대학원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KOTRA 인도 방갈로르 IT 인턴십이 있었다. 여자 나이 스물일곱 살, 친구들은 하나 둘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나는 조급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인도 방갈로르에서 6개월간 머무르며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이자 글로벌 컴퍼니인 삼성전자 인도 연구소 S-RIB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돌아왔다.
대학교에서 멀티미디어 공학을 전공하면서 엔지니어로 성장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기에, 졸업 한 학기 전부터 졸업하고 1년이 지나기까지 수많은 기업의 면접을 봤다. 공학경진대회 수상 경험, 중국 교환학생, 대외 활동까지 나름 학교를 성실하게 다녔기에 서류 전형에는 꽤 많이 합격할 수 있었고, 열심히 공부한 결과 인·적성까지 무난하게 통과했다. 그러나 항상 면접에서 고배를 마셨다. 나도 무척 가고 싶었고 부모님이 바라시던 기업 삼성은 세 번의 면접 기회가 있었으나 끝내 들어가지 못했다. 이렇게 2년이 다 되는 동안 취업을 준비하면서 몸은 지칠 대로 지쳐 몸무게가 45kg까지 빠지게 되었고, 마음도 피폐해져 갔다. 무엇보다도 첫째 딸에게 기대하는 부모님에게 항상 실망만 안겨 드리고 있었다.
내 인생의 오춘기, 방황의 끝에 서다
나는 왜 안 되는 것일까? 이런 고민을 하면서 집 안에만 갇혀 있을 때 어머니께서 이런 나를 보면서 “은지야, 엄마는 네가 이러는 모습을 보면 더 속상해. 서점에 가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책이라도 읽어라”라고 하셨다. 그때부터 서점에 가서 책을 읽기 시작했고, 어디에든 취업해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전공과는 상관이 없지만 수많은 대외 활동 경력과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삼성전자 리포터 활동 경력을 바탕으로 인천국제교류재단의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청년서포터즈 사무국에 주임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다양한 국가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국가적 사업을 해보는 것은 나에게 정말 큰 기회이자 좋은 경험이었다. 무엇보다도 내 힘으로 돈을 벌어서 어버이날에 아버지, 어머니께 용돈을 드릴 수 있다는 것, 주변에 베풀 수 있다는 것은 작지만 큰 기쁨이었다. 그렇지만 일을 하면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 내가 해야 하는 것에 대해 자꾸만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고민을 하던 차에 네 가지의 선택이 주어졌고, 공부를 더 하거나 새로운 경험을 쌓아 보자는 생각에 선택지를 대학원 입학과 IT 인턴십 두 가지로 좁혔다.
쉽지 않은 결정, 모든 것이 기회비용
회사를 다니면서 연차를 써서 대학원 면접과 KOTRA IT 인턴 면접을 보았다. 운 좋게 두 전형 모두 합격할 수 있었다. 문제는 두 가지 모두 매우 좋은 조건이었다는 것이다.
내가 입학하려고 했던 성균관대 IT융합학과는 학부 때 전공한 멀티미디어 공학의 연장선에 있는 학문이었고 등록금이 지원되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KOTRA IT 인턴 역시 항공권, 숙식, 수업료, 인턴까지 제공되는 좋은 조건이었다. 이 두 가지를 놓고 출국 하루 전인 8월 30일까지 고민했다. 결국 세계 속의 인재로 성장하고자 K-Move의 일환인 KOTRA IT 인턴을 선택하게 되었다.
오기 전부터 각오를 했지만, 인도에서의 적응은 정말로 힘들었다. 한국과 전혀 다른 향신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 거리를 휘감는 오토릭샤의 매연, 교통 체증, 거리 곳곳의 쓰레기. 인도는 처음부터 쉽지 않은 곳이었다. 그러나 긴 시간은 아니지만 3개월 지나자 인도인들의 도움을 받으며 차츰 주변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내가 느낀 인도를 세가지 키워드로 정리하면 자부심, 친절, 재능이다.
인도인들은 자국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크다. 망고 주스 패키지만 봐도 그렇다. 망고 주스 Bejois의 패키지에는 ‘Pride of India’라고 적혀 있다. 이뿐만 아니라 많은 음식들 패키지에 적혀 있는 것이 이 문구다. 인도인들의 자동차 곳곳에 인도 국기가 걸려있고 그림도 그려져 있다. 이러한 인도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국가의 힘은 내 나라를 사랑하고 자부심을 가지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느꼈고, 나 역시 한국에 돌아가 나라를 사랑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인도인들의 자부심은 나라 사랑뿐 아니라 본인이 하고 있는 일에도 마찬가지이다. 인도의 가장 큰 장점은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이다. 그러나 여기서 놓치고 가면 안 될 것이, 이 사람들이 단순히 임금이 싼 사람들에 불과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인도인들은 언제나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낀다. 학교 안의 쓰레기를 주워 담는 일을 하든, 맨발로 건축 현장에서 시멘트를 나르든 언제나 자신이 하는 일에 충실하고 자부심을 느낀다.
두 번째로, 인도인들은 참 친절하다. ‘뚜드르뚜드’ 하는 인도인들의 영어 발음은 힌디어의 발음이 섞여 알아듣기가 힘든데, 그들은 상대가 자신의 말을 못 알아들으면 알아들을 때까지 설명해 준다. 또 상대가 말하는 것 중에 틀린 부분이 있으면 고쳐 주려고 노력한다. 대개 미국이나 영국 사람들은 영어를 못 알아들을 경우 그냥 지나치거나, 왜 못 알아들었는지 의문을 표하는 경우가 많지만 인도인들은 친절하게 잘 들어준다. 뿐만 아니라 상점에 가도 찾고자 하는 물건이 무엇인지 자세히 들어 주고 찾아 주려고 한다. 이런 인도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이전에 가지고 있었던 인도인들의 편견을 부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인도인들은 재능이 많다.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많다. 춤을 추면 정말 신기할 정도로 안무가 딱 맞아떨어지고, 노래도 기가 막히게 잘 부른다. 또 가게 곳곳의 광고를 직접 그릴 정도로 그림을 잘 그린다. 예술 계통뿐만 아니라 내가 현재 일하고 있는 Samsung R&D Institute in Bangalore에는 정말 뛰어난 재능을 가진 S/W엔지니어들이 많이 있다.
삶의 원동력을 준 SRI-B(삼성전자 인도 S/W연구소)
3개월 동안 Christ University에서 IT 교육과 영어 교육을 마치고, 면접을 통해 2013년 12월 2일부로 삼성전자 인도 연구소로 인턴을 나오게 되었다. 사실 지난 3개월 동안 한국에 대한 그리움과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포기하고 돌아가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 그렇지만 인턴 생활을 마치고 나니 내가 참고 버티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삼성전자 인도 연구소로 인턴을 나오면서 가장 감명 받은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어서 자랑스럽다’는 점이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인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내가 일하고 있는 이곳, 총 5,000명 이상의 인도인이 근무하고 있는 삼성전자 방갈로르 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사람들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내가 한국인이라 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게 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경험해 본다는 사실이 기뻤다. 한국이라면 옆에서 지켜보고 배우기도 힘들었을 중요한 프로젝트들을 직접 보고 배우면서 실무를 익힐 수 있었고, 직접 만나 뵙기 힘든 상무님, 부장님, 수석님, 책임님(현지 주재원)과의 대화와 면담을 통해 엔지니어의 실제적인 삶과 인생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서 내가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모색해 보고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인도 현지 직원들과 협의하면서 비즈니스 영어 능력을 키우고, 글로벌 마인드를 배울 수 있었다는 것 또한 내게 엄청나게 큰 기회였다. 한국에서 인도인을 만났더라면 알 수 없었을 인도인들의 문화를 직접 피부로 체험하면서 내가 인도를 비롯한 해외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어떤 것들을 배우고 채워 나가야 하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스물아홉 살을 앞둔 이 시점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도, 무언가를 그만두기도 어려운 시기인 것 같다. 하지만 KOTRA IT 인턴십은 내게 무언가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주었다. 이제 이것을 토대로 한 발 더 도약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6개월간 인도에서 직접 피부로 느끼고 배운 것들을 통해 더욱더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여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일원이 되는 것, 그것이 지금 나의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