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가 서류전형에서 탈락된 이유

멘토
[말레이시아] 구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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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울시 동작구에 사는 김해취(27, 취준생)씨는 최근 학부를 졸업하며 막연한 꿈으로 간직했던 해외취업에 도전하게 되었다. 먼저, 레쥬메 컨설팅 업체를 통해 50만 원의 견적을 받고, 레쥬메와 커버레터를 대행사에 맡겨 완성했다. 손색없는 이력서가 준비되었다는 생각이 들자, 김씨는 글로벌 채용 플랫폼인 링크드인을 통해 곧바로 입사지원을 시작했다. 착한 인성과 함께 토익 950점의 영어 실력을 겸비한 김씨는 서류만 통과하면 자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링크드인을 통해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회사에 지원했지만, 서류 통과했다는 연락을 받은 회사는 끝내 한 곳도 없었다.

 

인성과 영어실력을 겸비한 김씨는 왜 줄줄이 낙방했을까? 

 김해취 (27, 취준생)

일단, 김씨가 자랑스럽게 보유하고 있다는 스펙을 살펴보자.

- 육군 병장 만기 제대

- 토익 950

- 봉사활동 100시간

- 컴퓨터 활용능력 1

- 경영학 학사

- 학점 3.75/4.5

- 어른들에게 인정받은 착한 인성

- 인턴 경험 없음

이번에는 김씨가 원하는 취업국가와 기업을 살펴보자.

- 영어를 사용하며 중국어 배울 기회도 있는 국가 (싱가포르/말레이시아/홍콩)

- 급여가 낮더라도 글로벌 기업 취업 희망

- 회계 관련 직무 선호

김씨는 한국에서 구직하더라도 남에게 뒤지지 않을 스펙을 쌓았다고 자부했으며, 해외취업은 국내 취업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원했던 수 백여개의 지원서가 모조리 낙방하자 김씨는 큰 좌절감에 빠졌다.

 

 

 외국 기업들은 왜 김씨의 서류를 탈락시켰을까?

 

 

 

김씨가 지원했던 말레이시아의 글로벌 회계법인 D사를 예로 들어보자. 김씨는 D사의 세무 컨설턴트 직무에 지원하였고, 채용담당자는 다른 지원자들과 마찬가지로 김씨의 서류를 면밀히 검토하였다. 서류 정보를 통해 지원자 김씨가 한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채용담당자가 추가로 고려하게 된 항목들은 아래와 같다.

1. 지원자는 영어를 잘 하는가?

2. 지원자는 중국어를 잘 하는가?

3. 지원자는 말레이어를 잘 하는가?

4. 관련 경력 또는 인턴 경력이 있는가?

5. 지원자는 말레이시아에서 유효한 회계 관련 자격을 보유하는가?

6. 지원자는 채용 후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는가?

7. 지원자는 영주권을 가지고 있는가?

8. 지원자는 합법적인 취업비자를 가지고 있는가?

9. 회사가 지원자를 위해 비자 스폰서가 되어야 하는가?

10. 회사는 이민국에서 비자 승인이 나올 때까지, 포지션을 비워 두고 기다려줘야 하는가?

11. 회사는 지원자가 말레이시아에 와서 적응을 할 수 있도록, Housing을 제공해야 하는가?

12. 회사는 지원자가 말레이시아에 오도록 항공편을 제공해야 하는가?

13. 회사는 지원자가 말레이시아를 떠나 본국으로 돌아갈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는가?

한 번 가정을 해보자. 김씨가 독학으로 영어 외에도 중국어와 말레이어까지 마스터를 했다고 치자. 그리고 지원한 포지션이 주니어 포지션이기에 관련 경력과 회계사 자격 없어도 채용이 가능하다고 가정해보자. 이러한 경우에도 과연 김씨는 다른 지원자들과 비교해 경쟁력이 있을까?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위 속담의 의미는 전세계 어디나 통용될 것이다. 그 말인 즉, 지원자의 실력이 현지의 다른 경쟁자들과 비슷하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굳이 추가적인 비용과 리스크를 감내하면서까지 지원자를 먼 타국에서 모셔오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해서 현지인들과 경쟁이 불가능 한 것은 아니다. 필자의 주변 지인 중에서도 주니어 포지션에 지원하여 현지인 경쟁자들을 제치고 입사한 한국인들이 있다. 다만, 그들의 경우 인턴쉽이나 자격증 또는 관련 경험 등을 증명하여, 현지의 지원자들 보다 뛰어난 인재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사례들이었다. 경력직의 경우 주니어급 포지션 보다는 기회가 더 열려있다. 직무와 관련하여 특출 난 기술이나 학위가 있을 수 있고, 지원하려는 국가에서 직무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에도 외국인 채용의 기회가 높아진다. 이외에도 한국어나 한국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하는 직무에는 한국인의 기회가 더 생길 수밖에 없다.

이처럼 기업은 매우 냉정하다. 필자는 해외취업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해외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의 낭비를 줄이고, 승률이 있는 게임을 하자는 것이다. 여러분이 총을 들고 나가 싸우게 될 전장은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그리고 내가 기업의 채용담당자라면 기업의 입장에서 어떠한 인재를 채용하고 싶을 것인지 한 번 바꾸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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