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취업에 필요한 독일어 수준이란 없다
- 멘토
- [독일] 이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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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 포스팅은 독일취업 관련해 많은 분들이 가장 걱정도 많이 되고 궁금하기도 할 독일어수준 에 대한 내용입니다.
독일 취업을 위한 독일어 수준은 B2? C1?
해외취업 을 준비하기 시작할 때 당연하게도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바로 취업 시 필요한 외국어 수준입니다. 특히 독일은 영어권이 아니기 때문에 이곳에서 해외생활 을 시작한다면 전에 배워본 적 없는 새로운 언어를 다시 처음부터 공부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요.
독일어 공부는 어느 정도 해야 좋을까요?
독일에서의 취업뿐 아니라 독일에서 생활을 하기 위해서라면 물론 언어는 잘 할수록 좋습니다. 물론 간단한 수준의 단어와 문법으로도 소통을 하며 살아가는 데는 문제가 없고,
실제로 몇 년에서 몇 십 년을 독일에서 살아도 여전히 기초 수준 독일어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관공서의 일을 처리할 때, 나에게 부당하거나 억울한 일이
생길 때, 중요한 정보를 알아야 할 때 등등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독일어가 필요한 순간이 많이 찾아오게
됩니다. 따라서 저는 독일에서 생활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A2에서 B1 정도 수준까지는 독일어를 공부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독일 취업 준비를 위한 독일어 수준은?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독일 취업을 위해 독일어 공부를 한다면, 소위
말하는 고급 수준인 B2나 C1 정도까지 독일어 공부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앞서 말한 A2-B1 정도 수준만으로도
독일 취업이 가능한 경우를 소개합니다.
1. 독일어로 일을 하지 않는 경우
독일에서, 독일 회사에서 일을 해도 의외로 많은 경우에는 업무
언어가 독일어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흔한 경우는 영어인데, 독일인들이
많은 독일 회사라고 해도 외국인 직원이 많거나, 회사의 글로벌 정책 등등의 이유로 업무 언어는 영어인
경우가 있습니다. 업무 언어는 회사 수준이 아닌 팀 수준에서 정해지는 경우가 많이 때문에 같은 회사라도
한 팀은 독일어로, 다른 팀은 영어로 일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유연한 조직문화와 직원들의 영어 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 경우에는 원래 독일어로 업무를 하던
팀이 새로운 외국인 직원을 채용하면서 업무 언어를 영어로 바꾸기도 합니다.
2. 독일어 외 다른 강점이 더 중요한 경우
1번과 비슷한 경우입니다. 회사의 업무 언어가 독일어이더라도 나의 직무에서는 다른 언어가 더 중요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제가 다니는 회사에는 각각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폴란드의 파트너와 하는 일이 주 업무인 동료들이 있습니다. 회사의 업무 언어는 독일어이지만 회사 내부적보다는 외부 파트너와 하는 일이 더 많기 때문에 주로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이탈리아어, 폴란드어로
업무를 합니다. 특히 주요 업무 언어가 모국어라면 다른 독일 동료들에 비해 수준이 월등하니 독일어로는
업무를 하지 않기 때문에 독일어는 동료들과 소통하는 정도만 필요합니다. 특히 주로 IT 직군의 경우는 많은 회사들이 인재 영입을 위해 독일어 수준을 묻지 않거나,
팀 전체가 영어로 업무를 하기도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독일어 실력을 늘려 독일어로도 업무를 하고 싶다면 꾸준히 독일어를 공부하면서 서서히 독일어로
할 수 있는 업무에 자원을 하거나, 회사 내부에서 독일어 사용 비중이 높은 팀으로 옮기거나, 독일 동료들에게 도움을 받아 독일어를 함께 공부해나가는 방법 등등이 있습니다.
많은 회사에서 외국인 직원들의 독일어 실력 향상을 위해 독일어 수업을 지원하거나, 독일어로만
말하는 날을 정해 두기도 합니다.
3. 업무 관련 독일어 및 소통에 문제가 없는 경우
위 1, 2번과 달리 업무 언어가 독일어인 경우이며, 현재 독일어 수준이 B1 이상이라면 해당되는 경우입니다. 보통 유럽 언어 기준으로는 B2가 해당 언어로 취업을 하고 일을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B1과 B2의 문법은 꽤 비슷하며, 차이가 나는 부분은 바로 어휘 양입니다. 이 어휘 양을 내가 일하기 원하는 분야나 전공 관련 어휘로 스스로 채운다면 굳이 B2 자격증이 없어도 사실은 독일어로 업무가 가능한 수준일 수 있습니다. 독일인들과
소통을 할 때 문법을 틀리게 말한다면 언어 교환 파트너가 아닌 이상 그것을 하나하나 짚어주며 고쳐주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하지만 어휘 양이 조금 부족할 경우에는 "이것을 독일어로
어떻게 말하죠?" "이 단어가 무슨 뜻이죠?"라고
묻는다면 바로 답변을 들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초중급 수준의 문법까지는 공부를 해두는 것이 좋지만, 어휘
양은 업무를 시작한 뒤 생활에서 충분히 배워 나갈 수 있습니다. 괴테나 telc 등의 독일어 시험은 최종 목표가 유학이기 때문에 B2에서 C1가 되면서 좀 더 학문 관련 어휘 양이 많아집니다. 따라서 B2 수준부터는 본인이 독일 취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어휘를 모아둔 관련 어휘 책의 도움을 받거나, 업계의 뉴스를 보면서 독일어를 익히는 등 공부 방법을 바꾸는 것이 더욱 효과적입니다.
독일어 시험 자격증보다는 실제 소통 능력이 중요
독일 취업의 경우에는 독일어뿐 아니라 여러 언어에 대한 자격증을 보통 요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당장 실전에 투입되어서 일을 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해당 언어를 면접 단계에서 확인을 합니다. 만약 내가 영어로 충분히 업무가 가능한 사람인데 당장 유효한 영어 시험 자격증이 없다고 하더라도, 영어 면접 단계에서 충분히 필요한 영어 실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내가 중고급 수준의 독일어 성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원어민처럼 일을 하기에는 언어에 부족함이 있더라도, 다른 업무 관련 강점이 있고, 취업 후 독일어 수준을 향상시키겠다고
설득을 하는 데 성공한다면 충분히 독일 취업은 가능합니다.
진리의 케이스 바이 케이스
어느 나라, 어느 경우에도 그렇겠지만 저 역시 독일어 자격증이
독일 취업을 하는 데 아예 필요가 없다고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지원하는 회사, 그 회사의 위치, 산업 군과 직무,
회사 문화와 구성원, 그리고 나의 독일어 능력과 다른 강점 및 이력 등등에 따라 다양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를 위해 제 자신과 주변인들의 독일 취업 케이스를 소개합니다.
1. 독일어 B1, 유통업, 업무 언어 독일어
면접에서 독일어 수준을 질문받지 않았습니다. 대신 서류부터 면접까지
채용 과정이 전체 독일어로 진행되었습니다. 입사 후 외국인 직원들을 위한 독일어 수업 및 비즈니스 독일어
온라인 강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 독일어 C1, 자동차, 업무 언어 독일어
회사 측에서는 독일어 B2 이상 자격증이 있으면 지원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관련 직무 경력이 10년이 넘고 C1 자격증이 있으나 면접 단계에서 실전 독일어가 부족하다는 피드백을 받아 합격이 되지 않았습니다.
3. 독일어 B2, 건축, 업무 언어 독일어
B2 자격증은 갖고 있지만
실제 실력은 B1 정도입니다. 채용 단계에서 독일어가 부족하다는
피드백을 받았지만 건축 전공 및 관련 업무 경력으로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입사 후 독일어 수업 지원을
받았습니다.
4. 독일어 자격증 없음, 구매, 업무 언어 영어
독일어 자격증은 없지만 유창한 독일어를 구사합니다. 채용 과정도, 업무 언어도 영어이지만 동료들이 다 독일인이기 때문에 평상시 소통을 모두 독일어로 합니다.
5. 독일어 B1, 영업, 업무 언어 영어
채용 과정과 업무 언어가 모두 영어입니다. 외국인 직원 및 외국인
고객 비중이 커서 영어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독일 고객을 상대로 하는 업무에는 참가하지 못합니다.
6. 독일어 A2, IT (개발자), 업무 언어 영어
채용 과정 및 업무 언어가 영어입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IT 팀만이 영어로 일을 하고 나머지는 모두 독일어를 사용합니다. 따라서
회사 내 가이드북이나 많은 내부 문서들이 독일어로만 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에서 독일어 수업
지원을 받았습니다.
7. 독일어 B1,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업무 언어 영어/독일어
독일어를 사용하는 회사 및 팀입니다. 하지만 팀원들이 본인과
소통을 할 때는 영어로 전환합니다. 본인 하나만을 위해 영어로 전환하는 팀원들이 고마워 독일어를 꾸준히
공부하는 중입니다. 회사에서 독일어 수업 지원을 받았습니다.
8. 독일어 B1, 구매, 업무 언어 폴란드어/프랑스어/독일어
회사 언어가 독일어인 회사에서 폴란드 고객들을 상대하는 일을 맡은 폴란드인입니다. 프랑스어 수준이 높아 프랑스 고객들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폴란드어, 프랑스어, 영어로 업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해외 고객들을 주로
담당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독일어를 쓰는 독일 회사이기 때문에 독일 고객 담당 업무를 따내기 위해
회사가 지원하는 독일어 수업을 듣고 있으며, 개인적으로도 독일어 학원 저녁반을 다니고 있습니다.
9. 독일어 A2, 연구직, 업무 언어 영어 또는 독일어
지금까지 업무 언어가 영어인 곳에서만 일을 했습니다. 독일어
이력서를 만들어 지원을 하니 독일어 수준을 초급이라고 적었는데도 면접 기회가 생깁니다. 독일어로 면접을
보면서 독일어가 부족하다는 피드백을 받았지만, 초급 독일어로도 면접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뒤 B1 자격증 준비 및 업무에서 필요한 독일어를 중심으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10. 독일어 A2, 사무직, 업무 언어 영어
채용 단계 및 업무 언어가 영어이고, 글로벌 부서라 외국인 비중이
높습니다. 관련 전공과 업무 경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보수적인 독일 대기업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독일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꾸준히 독일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독일어 공부에 "언제까지"란 없다
이번 포스팅을 통해 전해드리고 싶은 메시지는 "독일어 자격증 필요 없다"가 아닌 바로 이것입니다. 단기적으로 B2, C1 등의 목표를 정해두고 시험만 통과한다고 해서 나의 독일어 수준이 갑자기 늘지는 않습니다. 독일 취업을 위해서 독일어를 "어디까지" 공부해야 하는지는 핵심이 아닙니다. 채용 과정을 통과하고, 업무 환경에서 소통을 할 수 있는 정도의 독일어 수준이라면 독일 취업을 바로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어느 방향으로 독일어를 배워나갈 것인지, 또 얼마나 꾸준히, 오래, 독일어를 공부해나가느냐입니다. 독일 취업과 독일 생활을 결심한 이상, 독일어는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