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2. 미국에서 살아남기
- 멘토
- [미국] 정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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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에 첫 발을 들이다
2. 이곳은 생각보다 위험했다
3. 모르면 손해, 미국의 대중교통
4. 대망의 첫 출근 날
5. 나의 업무를 알게 되다
6. 바이어와 대화하기
7. 자유로운 영혼, 날개를 달다!
1. 미국에 첫 발을 들이다
아주 잠깐 스쳐 지나간 캘리포니아 바이브
두 개의 캐리어와 한껏 부푼 기대를 가지고 미국에 첫 발을 디뎠다. 덥고 습한 8월의 한국 날씨와 달리, 캘리포니아는 선선하고 쾌적했다. 지나가는 사람들마저 날씨처럼 온화해
보였고, 살랑거리는 팜트리가 외국 감성을 더했다.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는 노란 택시를 타고 한국에서 미리 예약해 둔 에어비앤비로 향했다. 평화로운 바닷가와
세련된 빌딩을 지나치고, 모든 집이 철창으로 둘러쳐진 음산한 주거 단지에 이르고서야 택시가 멈췄다. 택시비는 80불(약 95,000원)이 청구되었고, 팁은
따로 지불했다. 숙소 앞 줄지어 있는 의문의 텐트가 노숙자들의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2. 이곳은 생각보다 위험했다
이 글을 읽는 미국 이민 준비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
나는 미국에서 살 집을 찾는 동안 묵을 단기 숙소로 에어비엔비를 예약했었다. 숙소에 오래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가장 저렴한 곳을 골랐으며, 위치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로 인해 낮에는 수상한 사람들을 피해 다녔고,
밤에는 길거리 노숙자와 벽을 가운데 두고서 잠을 자야 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치안의
중요성을 첫날부터 경험하게 되면서, 위험한 곳은 절대로 가지 않는 것이 나의 미국 생활의 가장 중요한
철칙이 되었다. CCTV와 블랙박스가 대중적이지 않은 타국에서 나를 지키는 방법은 위험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미국 이민
준비자들이 있다면, 치안이 나쁜 지역은 절대 가지 말고, 위험한
상황은 애초에 만들지 않기를 당부한다.
※ 미국의 집 렌트 사이트
미국의 집 렌트 사이트에서는 지역 정보와 학군 등 유용한 정보를 함께 제공한다. 학군 점수나 거주자 리뷰를 통해 해당 지역의 치안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므로, 집 계약 전에 여러 사이트에서 검색해 보기를 추천한다. 미국에서 집을 구할 때 현지인이 자주 사용하는 대표적인 두 사이트를 소개한다.
Zillow: Real Estate, Apartments, Mortgages & Home Values
※ LA 타임즈 범죄 지도
LA 타임즈에서 제공하는 범죄 지도이다. 기간별 범죄가 일어난 장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소매치기 같은
작은 절도부터 중범죄까지 모두 기재되어 있어 정보량이 상당히 많다. 실제로 살면서 체감하는 것보다 살벌한
결과가 나오지만, 지역별 범죄 빈도수를 통해 치안을 파악하기에는 좋은 사이트이다.
L.A. Crime Maps - Mapping L.A. - Los Angeles Times
3. 모르면 손해, 미국의 대중교통
뚜벅이들을 위한 최고의 시스템, 공유 차량
미국의 대중교통에 대해 사전 조사를 하지 않았던 나는 공항에서 정차 중이던
택시를 잡았었다. 하지만 집을 알아보며 만난 현지인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미국은 Uber 나 Lyft 같은
공유 차량을 부르는 것이 일상적이고 요금도 훨씬 저렴하다고 했다. 공항 택시 요금으로 거금 10만원 이상을 지불하고 나서 배운 사실이다. 그때부터 나의 주 이동
수단은 공유 차량이 되었다. 자동차를 살 필요 없이 어디든 이동할 수 있으니, 뚜벅이인 나에게 정말 좋은 시스템이었다.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도
있지만, 한국과 다르게 관리가 잘되지 않아 비위생적이고 불쾌한 경험을 할 수 있어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
4. 대망의 첫 출근 날
회사가 말하는 "자율 복장"은 본래 이런 것이다
사전 준비를 꼼꼼히 하지 않은 댓가로 우여곡절을 겪은 후 대망의 첫 출근
날이 되었다. 그동안 비교적 안전한 동네의 집을 찾아 계약했고
Uber 정기권도 구비해 두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한국에서 가져온 세미 정장을 꺼내 입고
새로운 회사에 도착했다. HR 담당자를 기다리며 로비에 앉아있는데, 처음
보는 외국인 직원들이 한 명씩 출근하며 내게 인사를 건넸다. 그들의 스스럼없는 사교성에 한 번, 그리고 그들의 옷차림에 또 한번 놀랐다. 레깅스에 크롭탑부터 미니
스팽글 드레스까지 본인의 개성을 한껏 드러내는 모습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내가 입고 있던 정장은 철저히
회사를 위해 선택되었으므로 무채색인 나의 모습이 더욱 개성 없게 느껴졌다. 그들의 밝은 에너지에 조금은
위축되었지만, 여태 다녔던 한국 회사들과 다른 자유로운 분위기에 앞으로의 날이 더욱 기대되었다.
5. 나의 업무를 알게 되다
어서 와, 디자인으로 협상은 처음이지?
첫 출근과 동시에 내가 맡았던 업무는
Stitchfix라는 데이터 기반 쇼핑 플랫폼의 Private brand 제조사의 디자인팀 MD였다. 다시 말해,
Stitchfix 본사(바이어)와 사내 디자이너들의
중간 의사 전달자로서 제품의 컨셉 및 디자인을 완성시켜 나가는 것이 나의 업무였다. 바이어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여 제공/협상하는 면에서 한국 벤더회사에서의 업무와 비슷했지만, 디자인팀에 소속되었다는 점에서 달랐다. 제품의 수량/가격과 같은 수치가 아닌, 디자인이라는 무형의 재료를 가지고 협의를
해야 했다. 동일한 디자인을 봐도 사람마다 느끼는 점이 다른데, 여러
사람을 만족시키는 결과물을 도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6. 바이어와 대화하기
이해가 안 될 때는 속 시원하게 물어보자.
업무를 배정받고 얼마간은 회사가 나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닌가
싶었다. 갓 한국에서 온 J1 트레이너에게 매출과 직결된
의사전달을 맡긴 것인데, 모두 영어로 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부담스러웠다. 특히 디자인과 관련하여 감각적인 묘사를 할 때, 바이어의 말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으면 패닉이 왔다. 예를 들어 “패턴을 덜 여성스럽게 수정하고(Less feminine), 전체적으로 따뜻하게(Make it warmer)으로
변경해 주세요.” 와 같은 피드백을 받았을 땐, 어떤 것을
원하는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아 같은 팀 영어권 디자이너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했다. 피드백의 상당수가
영어권 사람들에게도 해석이 갈리는 것을 보면서, 이 불통의 원인이 나의 영어 실력 때문은 아닌 것 같았다. 그때부터 영어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고 일이 쉬워지기 시작했다. 이해가
되지 않을 때는 즉시 되물어보면 해결되었다.
Q (바이어): “패턴을 덜 여성스럽게 수정하고, 전체적으로 따뜻한 느낌으로
변경해 주세요.”
A (입사 1개월 차의 나): “패턴의
곡선을 줄이고, 컬러의 붉은색 비중을 높여달라는 뜻인가요?”
7. 자유로운 영혼, 날개를 달다!
업무에 가속도가 붙었을 때, 영주권을 제의받다.
바이어와의 소통에 자신감이 생기자 업무 적응에 가속도가 붙었다. 착오 없는 의사전달을 위해 디테일하게 이메일을 쓰려고 할수록, 업무를
더욱 깊이 알아야 했다. 이때 수평적인 회사의 분위기는 나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내가 고전할 때마다 공동의 프로젝트처럼 협력하여 해결하는 팀원들과, 작은
의견에도 귀 기울여 주시는 사장님은 나를 더욱 능동적으로 움직이게 했다. 직급과 절차에 따라 역할이
정해져있던 한국 회사에서와 달리, 유동적인 직무 분배로 각자에게 맞는 업무 방식을 찾아가는 시스템이
나에게 잘 맞았던 것이다. 입사 4개월 차가 되었을 무렵, 수동적인 의사전달자에서 나아가 적극적으로 업무를 개선 및 추진하는 역량이 생길 때쯤 회사로부터 영주권을 제의받았다.
Q (바이어): “패턴을 덜 여성스럽게 수정하고, 전체적으로 따뜻한 느낌으로
변경해 주세요.”
A (입사 1개월 차의 나): “패턴의
곡선을 줄이고, 컬러의 붉은색 비중을 높여달라는 뜻인가요?”
A (입사 4개월 차의 나): “패턴의
곡선을 줄이고, 컬러의 붉은색 비중을 높여 적용한 수정본 3가지
옵션 보내드립니다.
이 중에서 지정해 주시면 바로 진행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