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3 _ 진짜 미국이 시작되다

멘토
[미국] 정민지
조회수
225

1. 새로운 퀘스트 맵이 열리다

2. 예상치 못한 리스크

3. 영주권 이상의 의미

4. 진짜 미국은 지금부터

5. '스트레스 담금질'이 남긴 것

6.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워라벨로부터

 

 


 

1. 새로운 퀘스트 맵이 열리다

별똥별과 은하수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다

회사를 다니는 틈틈이 여행을 했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단기 비자였으므로 주말에 집에만 있는 것은 사치였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서 온 친구들도 사귀었고, 매주 모여 여행지를 하나씩 정복해 나갔다. 귀국 후의 미래에 대한 걱정은 뒤로하고, 내 인생에 다시 있을지 모르는 1년여의 해외 생활을 맘껏 즐기자는 마음이었다.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에서 수많은 별똥별과 은하수를 봤을 땐, 이런 풍경을 언제든 볼 수 있는 나라에 정착해서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

“회사에서 영주권을 스폰해줄테니, 같이 계속 일해볼래요?

사장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게임에서 새로운 퀘스트 맵이 열리듯, 아직 돌아보지 못한 미국 중동부 지역의 맵이 열리는 것 같았다. 준비성 레벨 0 뉴비의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2. 예상치 못한 리스크

2년 후 긁을 수 있는 복권

사장님과 협의한 즉시 회사로부터 소개받은 변호사를 찾아갔다. 영주권 신청 절차는 생각보다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 미국에 10년 이상 체류할 수 있는 자격을 위한 심사이므로, 나라에서 요구하는 서류와 자격 조건이 많았다. 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 신청자의 전공/경력/남은 비자 기간/영주권 문호/우선순위 등에 따른 전략을 세워야 했다. 케이스마다 다르지만, 보통 2년 이상이 소요되며 약 2천만원 이상이 들 수 있다고 했다. 영주권 진행 중에는 한국을 포함한 외국에 나갈 수 없으며, 2년 이상을 기다렸다고 해도 최종 단계에서 영주권이 리젝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더욱이 트럼프 정권이 들어선지 얼마되지 않아 영주권 문호가 닫힐 것이라는 얘기를 들으니, 살짝 겁이 나기 시작했다. 만에 하나 거절이 된다면, 그동안의 비용은 물론이고 2년여의 시간과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었다.

3. 영주권 이상의 의미

나 조금 멋진 걸지도?

1차 비용 지불 및 착수 날짜를 받고서 뒤늦은 고민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단순히 ‘여행하지 못한 지역이 많이 남았기 때문’이 아닌, 보다 현실적인 이유를 생각했다. 가족들에게 조언도 구하고, 비교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등 지금의 나의 선택이 가져올 결과에 대한 예상안을 작성해 보았다. 고민을 거듭할수록 미국에서 경력을 이어나가고 싶은 마음이 확고해졌다. 그동안은 처음 한국에서 올 때 찾고자 했던 ‘나의 최적의 진로’가 미국에 있는지 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영주권이 나에게 충분한 진로 탐색의 시간을 줄 것이라 생각하니, 비록 리스크가 있더라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미래의 내가 답을 찾아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20대의 내가 미리 희생한다고 생각하니, 왠지 멋진 일처럼 느껴졌다.

4. 진짜 미국은 지금부터

무기한 버티기 돌입

영주권 신청이 들어간 이후의 회사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단기 트레이니였을 때는 실수를 해도 용납이 되었다면, 이제는 정직원으로서 회사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책임이 생겼다. 이전보다 업무량도 많아졌고, 타 인턴들의 관리자 역할도 병행했다. 여러 프로젝트에 관여되기도 하면서 온갖 새로운 업무적 이슈들을 마주했다. 심지어 영주권 진행 중에는 한국에 갈 수 없는 점을 악용하는 상사가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평일 퇴근 후에는 피곤에 지쳐 잠들기 바빴고, 근교 유명 여행지는 이미 다 가봤기 때문에 주말이 기대되지 않았다. 게다가 친하게 지내던 인턴 친구들이 비자 만료로 인해 동시에 한국으로 돌아가 버렸다. 영주권 신청이 들어가자마자 완전히 다른 미국이 펼쳐진 것이다.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무기한 버티기에 돌입했다.

5. '스트레스 담금질'이 남긴 것

머릿속 업무 스위치를 꺼라!

지금 돌이켜 보면 단순히 미국에 대한 환상이 걷히던 시기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한꺼번에 일어난 변화들이 버겁게 느껴졌다. 영주권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기도 하고, 마침 아홉수였던 나의 나이를 원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힘들어할 때마다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다. 매일 점심시간마다 직장 동료들과 근처 공원에서 일광욕을 하며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퇴근 후에는 현지인 친구와 함께 바다로 드라이브를 떠나 치열한 일과로부터 멀어졌다. 냉탕과 온탕을 넘나드는 ‘스트레스 담금질’을 겪다 보니, 점점 내성이 생겨 스트레스로부터 무뎌질 수 있었다. 이 시기부터는 업무시간 외에는 머릿속의 업무 스위치를 완전히 꺼버리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스트레스가 침범하지 않는 시간은 온전히 나를 위해 사용하였고, 그 시간은 새로운 취미들로 채워졌다.

6.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워라벨로부터

나도 모르던 나를 발견하다

 미 서부는 취미를 만들기에 최고의 도시이다. 사계절 쾌적한 날씨는 아웃도어 활동에 적합하며, 파도를 타는 서퍼와 백패킹 하이커가 한 풍경에 공존하기도 한다. 손만 뻗으면 구할 수 있는 실내용 취미 용품들도 즐비하여 온갖 다양한 활동을 시도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운동이 싫어 헬스장 이용료만 꼬박꼬박 납부했던 내가 ‘바닷가에서 달리는 것’은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시간이 아까워 배달시켜 먹는 것을 선호했던 내가 ‘멕시칸 요리’는 시간을 들여도 배우고 싶었다. 한국에서는 몰랐던 나의 취향을 알아갈수록 놀라우면서도 하나씩 찾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건강한 여가 생활은 다시 의욕적인 업무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새로운 취미에 도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회사에서 새로운 업무가 주어져도 긍정적으로 임할 수 있는 선순환 사이클이 만들어졌다. 

 

 


 

 

이전글
미국 취업 vs 한국 취업, 나는 어느 쪽이 잘 맞을까?
다음글
미국 생활에서 느낀 미국 생활의 장단점
목록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