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취업, 자격증보다 더 중요한 나만의 포트폴리오
- 멘토
- [싱가포르]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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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exels)
자격증이 반드시 있어야지만 금융업계로 취업할 수 있을까?
해외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중, 특히 금융계로의
진로를 꿈꾸는 졸업생들이 많이 묻는 질문이다. 나도 대학생 시절에는 뭔가 내세울 수 있는 자격증이 있어야지만
될 것 같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흔히 문과 쪽에서
취업에 가장 도움 된다는 경영, 경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전공을 했고,
자격증 역시 없었지만 금융계로 해외취업에 성공했다. 부서에 따라 자격증이 필수인 곳도 있겠지만, 당시 내가 지원한 영업부서에서는 크게 상관없었다.
상경계 전공이 아니었고 어문학을 전공했던 나는 금융계 직장을 다니면서 항상 스스로가 부족하단
생각을 갖고 있었다. "결핍"이라는 키워드가
나로 하여금 계속해서 업무 관련 지식을 쌓아야지만 이곳에서 오랫동안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금융
관련 자격증이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전공이 전혀 상관없는 분야였기 때문에, 오히려 더 열심히 업무 스킬을
쌓으려고 했다.
당시 회사에서는 트레이닝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잘 짜여 있었다. 경영이나 경제 전공이 아니어도 금융지식의 기본을 쌓을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제공했다. 몇 주간 이어진 집중적인 트레이닝을 받고 시험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달성해야지만 실무를 할 수 있었다. 시험 준비를 하느라 새벽잠을 아껴가면서 열심히 공부했고 결국 합격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트레이닝이 끝난 이후에도 여전히 불안감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마음 한구석에는 나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나 혼자서 따로 공부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했다. 도서관에서 두꺼운 전공 책을 빌려 읽기도 했지만 혼자서 책만으로 읽는 셀프스터디로는 커버가 안 되는 것 같았다. 파트타임 석사과정으로 금융 관련 전공을 해볼까 하고 대학원 설명회를 여러 번 기웃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학위과정을 하려면 또다시 많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에너지가 소요된다.
만약 깊은 수준의 지식이 아닌, 입문 정도 레벨의 수업 들을 들으려면 요즘에는 온라인에 유튜브나 MOOC (Massive Online Open Courses)들이 굉장히 많다. 이러한 사이트에서 단기과정의 양질의 프로그램들, 해외 유명 대학의 교수님들의 강의들을 온라인으로 무료로 볼 수 있다. 한국어로 된 강의들도 K mooc라는 사이트를 가면 볼 수 있다. 유명한 사이트들을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edX | Free Online Courses by Harvard, MIT, & more
Coursera | Build Skills with Online Courses from Top Institutions
직장 생활을 10년 훌쩍 넘긴 요즘에 느끼는 건
자격증을 위한 공부와 실제 업무를 위한 공부는 다르다는 것이다. 학문적인 공부와 실무에서 하는 일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이론적으로 아는 건 물론 큰 그림을 파악하는 데나, 혹은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매출과
연결되는 일처리 센스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경력이 쌓인 현재, 후배들을 뽑기 위해 면접관으로
인터뷰에 참여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런데 후보자들에게 관심이 가는 경우는, 그 사람의 출신학교나 학점, 어떤 자격증을 갖고 있는지 여부보다는
얼마나 관련된 실무 경험이 있는지, 혹시라도 경험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 업계에 대한 관심, 그리고 배움에 대한 열망이 있는지가 더 궁금하다. 그리고 수많은
지원자들 중에서 왜 본인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틀에 박힌 뻔한 모범답안보다는 진정성 있고 논리적으로 대답할 때 관심이 간다.
그리고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대처할 수 있는지도 본다. 앞으로
전망 있는 분야에 대해서 빠르게 습득해서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를 갖고 있는지, 얼마나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면서 본인의 시각을 전달할 수 있는지, 그리고 성실한 태도가 있는지를 본다. 기술적인 업무지식은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도 후천적으로 배울 수 있지만, 원래부터 갖고 있는 태도, 성격 등은 바꾸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면접관마다 각각 우선시하는 포인트는 다르겠지만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그동안 뽑은 주니어 후배들을 봤을 때도 하드 스킬과 소프트 스킬의 균형 있게 갖추어진 사람을 선호하게 되고, 그중에서도 특히 소프트스킬을 중요하게 본 것 같다.
(출처: pexels)
자격증 대신 준비할 수 있는 것은 그동안의 나를 돌이켜보는 것이다. 대학 시절 해온 활동들과 경험들을 종이에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적어보자. 사소한
것이라도 상관없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것들을 분류해 보고, 지원하는 롤과 연결할 수 있는 스토리를 살펴본다. 나의 경우에는
면접 때 금융과는 상관없었지만 대학시절 통역하던 일을 동남아 시장에 대한 관심과 연결 지어서 차별성을 언급하려고 했다.
취업 준비를 하다 보면 내가 갖지 못한 것에만 자꾸 신경이 쓰이게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스펙을 갖추기 위해서 부족한 부분만을 집중해서 그걸 갖추기 위해 시간을 투자한다. 정량적인 점수, 자격증처럼 남이 인정해 주는 어떤 기준만을 쫓다가, 정성적인 부분, 나의 장점과 그동안 스토리를 어떻게 연결하는지 모르면
본인의 잠재력을 충분히 어필하는 기회를 놓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스펙만을 쫓다가 정작 나의 장점을
스토리와 연결시키는 법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일 중요한 건 나 자신을 스스로 잘 이해하고 이미
갖고 있는 나만의 장점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면접관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지지 여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