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취업에 성공했다, 이제 빵을 구워야 한다

멘토
[독일] 이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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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취업 성공 그 후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독일 회사에서 느낀 색다른 문화 중, 흥미로웠던 베이킹 관련 내용을 공유해 보려 합니다.

영국에 티타임이 있다면 독일에는 케이크 타임

영국의 애프터눈 티 문화만큼이나 대중적인 것이 바로 독일의 케이크 문화입니다. 독일에서 Kuchen (쿠흔)이라고 부르는 케이크는 여러 케이크 종류 중에서도 빵이 베이스인, 포슬포슬한 케이크를 뜻합니다. 오후에 잠시 커피와 케이크를 곁들이는 Kaffee und Kuchen 시간은 짧은 휴식 시간을 뜻하기도 하는데요,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이 시간을 Kaffeeklatsch 또는 Kaffeekränzchen이라고도 부릅니다. 아무래도 업무 환경에서는 항상 있는 시간은 아니지만, 주말에 친구들 또는 가족들과 함께, 또는 축하할 일이 있을 때 동료들과 함께 바로 이 카페 운트 쿠흔 (Kaffee und Kiuchen) 시간을 갖습니다.

내 생일 케이크는 내가

독일에서 회사 생활을 하면서 케이크를 구워야 할 딱 한 가지 경우를 골라야 한다면 바로 자신의 생일입니다. 한국에서 일을 할 때는 다른 팀원들이 미리 케이크를 사두고 다 함께 짧은 생일 축하 시간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독일에서는 생일을 맞은 당사자가 케이크를 가져와 다 함께 나누어 먹습니다.

업무 형태에 따라 이 케이크를 어떻게 먹는지도 달라질 것입니다. 전형적인 독일 회사 스타일로 두세 명이 한 방을 나누는 사무실의 형태일 경우, 커피머신이 있는 탕비실이나 모두가 올 수 있는 공용 공간에 케이크를 둘 수 있습니다. 원하는 사람은 방문해서 가져가라고 말이지요. 업무 공간이 작게 분리되어 있으니 동료들에게 이메일로 '오늘 생일이라 케이크를 가져왔고, 탕비실에 두었다!' 정도의 메시지를 보낸 뒤, 작은 메모를 하나 덧붙일 수 있습니다. 또는 팀의 규모가 크지 않은 경우에는 다른 동료들이 있는 사무실에 각자 방문해 케이크를 나누어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시간과 노력이 조금 더 들고, 먼저 다가가려 마음먹기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평소 말을 많이 해보지 않았던 동료들과 일대일로 짧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함께 일을 하는 동료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개방형 사무실의 경우는 출근을 하면서 케이크를 가져왔다는 소식을 전한 뒤, 사무실에 있는 수납장 위나 남는 테이블, 또는 여유 공간이 없다면 본인의 책상에 케이크를 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 방법 역시 자리로 찾아오는 동료들과 일대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어떤 방법이더라도, 한국에서처럼 누군가가 함께 축하하고 케이크를 먹는 시간을 따로 만들어주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으니, 업무 환경에도 맞고 본인에게도 편한 방식으로 케이크를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독일 회사 입사 후 Einstand, 퇴사 전 Ausstand

케이크가 필요할 수 있는 또 다른 경우는 바로 Einstand (입사 후) 그리고 Ausstand (퇴사 전) 때입니다. 이는 모든 회사 나 모든 팀이 하는 행사는 아닙니다. 다만 팀에서 보통 Einstand 시간을 갖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하고 싶다면 케 이크를 구워 사무실에 가져가는 것은 괜찮습니다. Ausstand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작은 송별회라고 할 수 있는 모임으로 이때도 케이크가 빠지지 않는데, 생일 때와 마찬가지로 본인이 직접 계획하고 진행해야 합니다.

그냥 굽고 싶을 때

딱히 이유가 없이 빵을 구워 가져가도 됩니다. 앞서 설명드렸다시피 오후에 커피와 케이크를 먹는 문화가 있으니, 보통 고마워하며 즐겁게 케이크를 먹을 것입니다. 베이킹을 즐겨 하는 동료의 경우 새로 발견한 레시피가 있어서, 또는 최근에 일을 도와준 다른 동료가 고마워서 등등의 이유로 기념일이 아닌 때 베이킹을 해서 케이크나 머핀 등을 가져오는 경 우도 있습니다. 한 팀에 베이킹을 좋아하는 팀원이 여럿일 경우는 서로 레시피를 공유하고 새로운 레시피를 발굴하면서 팀에 케이크가 끊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습니다.

베이킹 시 주의사항

케이크를 구워서 가져갈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바로 채식주의자나 비건인 팀원이 있는지 미리 알아두는 것입니다. 조금 더 생각해 특정 재료에 알레르기가 있거나 먹지 못하는 것이 있는 팀원이 있는지도 알아두면 배려 있는 베이킹을 할 수 있겠지요.


일부러 베이킹을 취미로 가질 필요야 없지만, 필살기로 사용할 수 있는 레시피 한두 개만 알고 있으면

생일이나 기념일 등을 편하게 보낼 수 있고, 팀원들과의 스몰 토크나 네트워킹에도 좋습니다.

일 년 반이 넘는 재택근무로 동료들과 케이크를 나누어 먹은 지도 참 오래되었습니다.

언제 모든 팀원들이 사무실에 다 함께 올 수 있을지 미지수인 지금, 이 케이크 문화 역시 이제는 그리워지는 옛 추억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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