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4. 이민자 사회에서 느낀 점
- 멘토
- [미국] 정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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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의 구성원이 되다
2. 이민자 사회에 입성
3. J1 인턴들의 선배
4. J1 인턴들의 패턴
5. 비자 연장의 현실
6. J1의 딜레마
1. 미국의 구성원이 되다
옆에서 줄곧 함께 일하던 직원들도 나와 같은 이민자였다.
운동, 요리 등 건강한 취미를 찾게 된 후, 나는
업무 과중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일터와 일상을 최대한 분리하여, 스트레스가 더 이상 나의 성격과 판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했다. 개인적으로 30대에 접어들며 이전과 다른 생활 방식을 시도한 것도 있지만,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영주권 심사 기간 동안 회사와 차질 없이 지내야 한다는 상황적 배경도 있었다. 내
힘으로 상황을 바꿀 수 없으니, 나의 마음가짐을 바꾼 것이다. 새로운
마음으로 미국 사회의 일원이 되자, 이전에는 못 보던 영역이 보이기 시작했다. 옆에서 줄곧 함께 일하던 다른 한국인 직원들도 나처럼 미국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온 이민자라는 것이 보였고, 곧이어 미국 내 한인 사회가 이러한 이민자들로 구성되었다는 사실이 보였다.
2. 이민자 사회에 입성
한국인들의 도움을 받다
회사나 그 밖의 어느 모임을 가도 편히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상대는 한국 사람들이었다. 언어/문화적 공통점은 말할 필요도 없고, 대부분의 한인들이 이민자 혹은
이민 2세대였기 때문에 나의 고충을 깊이 이해했다. 그리고
그들이 먼저 겪었던 고민들과 대처법을 기꺼이 알려주어, 한 번 친해지면 쉽게 터놓고 얘기하는 사이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직장을 다닌 이후로 친구가 되는 경우는 드물었는데,
이민자 사회에서는 달랐다. ‘해외에 나가면 한국인을 가장 조심해라’라는 말이 많지만, 다행히 나에게 그런 식으로 접근한 사람은 없었다. 모임의 목적이 뚜렷하고(회사, 운동, 취미 등), 금전거래나 과음과 같이 사고가 생길 수 있는 요소를
원천 차단하면 악의를 가진 사람들의 접근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는 것 같다.
3. J1 인턴들의 선배
선행은 받는 대로 돌려주자
주변 사람들로부터 선의의 도움을 받게 되니, 나도 J1으로
미국에 첫 발을 들이는 인턴들을 돕고 싶었다. 내가 있던 회사는 한 해에만 한국인 인턴이 10명 이상 입사했다. K-move를 통한 입사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어떤 절차를 밟았는지, 무엇이 궁금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내가 회사에서 영주권을 진행한 첫 사례였기 때문에, 영주권을 희망하는 인턴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정보가
많았다. 일단 새로 온 친구들을 대상으로 LA 적응에 필요한
정보들을 알려주었고, 인턴들 간의 정보 공유가 가능하도록 모임을 가지기도 했다. 한국에 돌아간 J1들과도 꾸준히 교류하며, 미국에 있는 인턴들이 귀국 후 취준생이 될 것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도왔다. 여러
해가 지나고 50여 명 정도의 인턴들이 왔다가 한국에 돌아가는 사이클을 지켜보니, 거시적으로 하나의 패턴이 보였다.
4. J1 인턴들의 패턴
최대한 여행을 많이 하라!
일단 대부분의 친구들이 처음 미국에 오면 낙후된 시스템, 비효율적인 업무체계 등에 실망하게
된다. 그 후 날씨/자연경관/좋은 사람들에서 오는 긍정적인 경험을 많이 한 친구들은 빠르게 적응하고 미국에 더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안 좋은 치안/불편한 시스템/인간관계 갈등 등의 부정적인 경험을 한 친구들은 비자 기간만 겨우 버티다가 귀국하는 패턴이었다. 종합적으로 미국에 더 살고 싶어 하는 쪽이 더 많았지만,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평가가 180도로 달라지는 것이 인상 깊었다. 미국 인턴을 계획하는 분들에게 꼭 하나만 강조해야 한다면, 최대한
좋은 날씨를 만끽하고 여행을 많이 하기를 당부하고 싶다.
5. 비자 연장의 현실
미국 오기 전에 계획을 해두자
긍정적인 경험을 겪고 미국에서 살고 싶어졌다 하더라도, 비자 연장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회사 내 비자 수용 인원이 극히 적어, 대부분의 인턴들은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인터뷰하던 첫 순간부터 알고 있던 계약 내용이긴 하지만, 미국 생활에 아쉬움이 많이 남은 친구들은 다른 방법으로 비자를 연장하기도 한다. 주로 학생 비자(F1)로 연장하여 어학원에 들어가는 루트를 택하고, 몇몇은 불법 체류자가 되거나 현지인과 결혼을 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F1과 불법체류자의 경제활동은 불법이므로, 비공식적으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례도 많다. 생각보다 인턴 종료 이후 비자 연장 관련 고민을 하는
경우가 많으니, 미국에 오기 전에 신중하게 계획을 해서 오기 바란다.
6. J1의 딜레마
어느 쪽을 선택하든 쉽지 않다
내가 겪은 5년여의 미국 생활을 돌이켜보면, 가장
미국에 대한 애착이 많았던 시기는 J1 트레이니 기간이었던 것 같다.
여행을 통해 좋은 점만 경험한데다, 짧게만 느껴지던 18개월의
비자는 호기심과 환상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미국 생활이 장기전으로 돌입하면서, 환상은 사라졌고 이민자의 일상을 마주했었다.
한국에 온 지금도 주위에서 J1 종료 후 귀국한 친구들의 아쉬움이 종종 들린다. 많은 친구들이 비자 연장을 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고 있었고, 심지어 한국 생활을 버티지 못해 미국 또는 다른 해외로 다시 나간 친구도 있었다. 환상에 찬 미국을 경험하고 나서 한국에 돌아왔을 때의 괴리와, 비자를 연장한 후 이민자로서 헤쳐 나가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나은지는 알 수 없으나, 어느 쪽을 선택을 하든 쉽지 않은 것은 확실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