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일을 하면 정말 휴가를 마음대로 쓸까?
- 멘토
- [독일] 이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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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일 취업 관련 마지막 컨텐츠로 인사드립니다.
이번에는 독일 회사에서의 휴가에 대해 소개하려고 합니다.
독일 회사에서는 정말로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마음대로
쓸 수 있을까요? 보통 휴가 일수는 얼마나 되며,
병가나 야근의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법적인 휴가 권리 (Urlaubsanspruch"
우선 법적으로 보장된 노동자의 휴가 권리에 대해서 잠시 소개 드리겠습니다. 연방법에 따르면 주 5일 근무를 하는 모든 직원들은 연간 최소 20일의 휴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고용주들이 이보다 휴가 일수를 더 많이 주는데요, 2018년 기준으로 실제 사업장들의 평균 휴가일은 26일이고, 경제적(영리적) 사업장에서는 최소 28일이라고 합니다. 일부 산업 군은 평균 연 30일의 휴가일을 받는다고 하고요. 그리고 실제 일하는 사람들이 사용한 휴가일은 2019년 기준으로 30.9일입니다. 이 수치는 1991년 이래로 항상 비슷하게 유지되었다고 합니다. 저와 제 주변 역시 보통 연 28일에서 30일 정도의 휴가일을 보장받고 있습니다. 간혹 계약을 변경해 연봉을 조금 덜 받는 대신 휴가일을 최대 40일까지 받을 수도 있습니다.
"병가는? (Krankmeldung)"
2019년 기준 독일 내 근로자들은 연 평균 10.9일의 병가를 냈습니다. 독일에서는 (근로계약서에 달리 명시되지 않은 한) 3일까지는 별도 증명서 없이 병가를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픈 상황이 3일이 넘어간다면 4일차가 되는 날에 진단서(Attest)를 제출해야 합니다. (회사에서 진단서를 더 빨리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휴가를 낸 상태에서 아프게 되었다면, 진단서가 있는 경우 병가 일수만큼은 휴가를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자녀가 있는 경우, 자녀가 아플
때 역시 병가를 낼 수 있습니다. 각 부모는 자녀당 연간 20일, 편부모는 자녀당 40일을 사용할 수 있는데요, 진단서 제출과 관련된 사항은 개인 병가 때와 같습니다.
"야근을 많이 했을 경우?!"
2019년 기준으로 독일 내 풀타임 근로자들은 주당 41시간을 근무합니다. 모든 취업자의 평균 주당 근무 시간은 34.8시간인데요, 경우에 따라 근무 시간을 80%, 75%, 60% 등으로 변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계약 형태나 회사의 근무 시간 계산에 따라 다르지만, 계약서에 명시된 시간보다 초과해서 근무를 한 경우, 그 시간들을 모아 유급휴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초과 근무 시간이 8시간이 되면 하루의 휴가일이 생기는 것이죠. 친구 중 하나는 바쁜 시즌과 한가한 시즌이 명확한 업무를 하는데, 바쁠 때 초과 근무를 했던 시간을 모아 한가한 시간이 되면 그 휴가를 사용합니다. 회사에 따라서는 휴가가 많이 필요한 동료에게 자신의 초과 근무 시간을 기부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휴가는 마음대로 쓸 수 있나요?"
어떤 기준을 염두에 두었는지에 따라 답변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저는 일반 휴가의 경우 3~4주까지 한 번에 휴가를 쓰는 모습이
처음에 낯설었습니다. 수습 기간 중에 일주일 휴가를 냈는데, 동료들이
어디 여행을 가느냐 물은 뒤 일주일밖에 휴가를 내지 않냐며 놀라던 모습도 인상 깊었고요. 아무래도 보통
주어지는 휴가 일수의 차이 때문인 것 같아요.
또, 제가 기억하는 한국 회사에서의
문화에서는 콧물이 나거나 기침을 조금 하는 것으로 병가를 쓰는 것이 흔하지는 않았습니다. 반면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는 간절기에 사무실에서 코를 조금 훌쩍거렸더니 팀장이 병가를 쓰는 것이 어떻냐는 제안을 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몸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직속 상사에게만 바로 보고를 하면 바로 병가로 쉴 수 있고, 3일차까지는 따로 진단서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도 편합니다.
한국에서 회사 생활을 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지금의 한국 회사 문화와 비교를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기억하는 한국 회사 생활과 비교를 해보면 휴가를 내는 데 필요한 사유가 없다는 것, 휴가를 내는 순서에 직급이 상관이 없다는 것, 외국으로 휴가를 다녀와도 딱히 회사 사람들을 위해서 무언가를 사오지 않아도 된다는 것 역시 차이점입니다. 또, 어떤 동료들은 몇 달 전의 휴가를 미리 구체적으로 계획해두는 것 역시 새로웠어요. 하지만 독일 회사 역시 여러 사람들이 함께 일을 하는 곳인 만큼, 휴가를 조금 오래 쓰게 되거나, 일이 바쁜 시기에 휴가를 내게 되면 미리 양해를 구하는 것은 필요하죠. 그리고 이곳 역시 직급이 높아 책임감이 많아질수록 쉽게 휴가를 쓰지 못하는 모습 역시 보이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