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에서 어떻게 업무를 하면 좋을까?
- 멘토
- [미국] 안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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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했던 회사의 단체 사진
제가 종종 해외취업 설명회를 진행하면서 강조하는 내용 중 한 가지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일하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합니다.
그 이유로 첫 번째는 대부분의 한국 분들이 적극성, 능동성이 많이 부족한 면이 있고 (저 자신도 그랬습니다 ㅎㅎㅎ)
미국 회사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의 기본자세는 진취적이고, 적극적이며 내 의견을 긍정적으로 잘 전달할 수 있는 성격, 또한 나의 업무만 끝내는 것이 아닌 업무의 전체적인 흐름을 생각하며 일을 이끌어 내는 업무습관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사내 조직은 한국에 비해 수직적이지 않기 때문에, 어떤 부서에 하급자에게 전달해서 상급자에게 잘 올라갔겠거니 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공유해야 할 이슈가 있다면 꼭 알아야 하는 상급자에게 메일을 보내고, 확인을 받아야 했습니다. 여러 명이라면 여러 부서의 상급자에게 보내고 꼭 확인을 받아야 했습니다. 크고 작던지 간에요. 한 개의 부서에 전달을 했으니 그다음 부서에 알아서 전달해 주겠거니 하면 절대 일이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선 수평적 조직문화를 - flat organizational structure -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수평적인 업무 분위기에 맞춰 내 일에 직접 책임을 지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미국은 회사 내에 나에게 일을 책임지고 가르쳐 줄 사수가 있지 않으며, 상사(매니저)가 있다 한들 내 업무를 책임져 주지 않습니다. 매니저의 역할은 당신이 해야 할 일을 분배해 주며, 잘한 일을 잘했다고 평가하고,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정확히 평가합니다. 다만 가끔 내 업무에 피드백을 주면서 자발적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객관적 시각을 종종 제공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제가 회사를 다닐 때 매년 2번에 나눠 업무평가를 했는데 그중 들었던 피드백 중
첫째는 나는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고 싶지 않다"라는 말이었습니다. 마이크로 매니징(micromanaging)이란 일을 분배해 주고 목표를 제시하여 그 안에서 팀원들이 알아서 일을 하게끔 하는 것이 아닌, 하나하나 확인하고 간섭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한국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일일이 보고를 해야 했고, 상사에게 보고하지 않으면 오히려 업무공유를 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었기에 저도 모르게 들었던 습관인데, 이곳에서 정 반대의 평가를 받아서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렇듯 상사는 내 업무를 숙제 검사하듯 검사해 주는 존재가 아니고, 내 일은 내가 도맡아 책임지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렇기 위해선 적극성, 능동성이 기본적인 자세로 필요한 것입니다.
1년에 1~2번씩 이런 의류 박람회가 열립니다. 이곳에서 큰 매출이 일어나기 때문에 도매업자들은 실제 의류 매장처럼 공들여 쇼룸을 꾸며 손님들을 맞이합니다. 저도 매년 이 쇼를 준비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는데, 그만큼 경험한 것도 정말 많이 있었습니다.
적은 인원으로 찍은 또 다른 단체 사진
앞에서 제가 매니저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들었다고 했는데요,
두 번째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관한 피드백이었습니다.
제가 하루 안에 끝내겠다고 한 일이 있는데, 제 예상과는 다르게 시간이 훨씬 많이 걸렸고 저는 야근을 하고 있었습니다. 매니저는 그런 저를 발견하고 왜 이렇게 늦게까지 일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내 입으로 오늘 안에 끝내겠다고 한 일이니 내가 책임지고 끝내기 위해 일을 한다고 했지만, 돌아온 피드백은 네가 업무량을 예상하지 못하는 실수를 한 것은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다. 다만 일이 이렇게 많다는 걸 알았을 때,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다른 팀원 및 매니저와 공유를 해야 한다. 그리고 회사에서도 이 업무가 생각보다 훨씬 양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다음에 비슷한 일을 할 때 적절한 예상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업무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실패보다, 실패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그걸 같이 수정해나가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 것을 더 큰 잘못으로 생각하고 피드백을 준 것입니다.
그리고 종종 회사 차원에서 했던 프로젝트들이 실패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제 경험상 한국 회사에서 실패를 다루는 경우는, (특히 상사가 실패했을 경우) 서로 실패를 쉬쉬하고 눈감아주고 그걸 최대한 언급하지 않는 편이 암묵적인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저희 회사의 경우 미팅을 하면서 대표가 지난 실수가 무엇이었는지 직원들 앞에서 말하고,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개선해 나갈지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우리 회사 대표였던 그녀가 했던 말이 지금도 계속 남아있습니다.
"I learned from fail"
실패로부터 배웠다는 말은 스스로에게 하기도 종종 어렵지만, 특히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하기 어려운 말일 것입니다. 내 실패를 인정하는 동시에, 그 실패에서 새롭게 배운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었고, 그리고 그걸 실천하겠다는 말을 공표하는 것이니까요.
여기서 저는 한국과 미국의 어른스러움, 혹은 프로페셔널함에 대해 다른 점이 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한국은 겸손하고 묵묵하게 힘든 일도 견디어가며 본인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어른스럽다고 많이 생각되는 반면, 미국의 경우 실패에 대해 유연성을 갖고 회복탄력성이 좋은 사람을 어른스럽다고 여긴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제 경험이 미국의 전부를 혹은 한국의 전부를 보편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미국에서는 말없이 묵묵하게 버티는 것이, 실패를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의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는 데 있어 부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실패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면 오히려 주변에서 더 좋은 피드백을 주었습니다. 또한 그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다는 각자의 의견을 공유해 주면서요.
이런 태도를 배우면서 저는 일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굉장히 많은 긍정적 변화를 겪었습니다.
예전에는 실패하지 않기 위해 삶의 계획을 많이 세웠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실패도 내 삶의 일부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걸 인정하고 실패에서 배우는 일 또한 내 삶의 계획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샘플을 준비하면서 했던 노동의 흔적...
위에 언급했듯, 한국은 겸손하고 묵묵하게 일하는 사람이 어른스럽고 프로페셔널하다고 인정받는 분위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사는 그런 묵묵히 일하는 사람을 눈여겨 보고 때에 맞춰 승진을 시켜주거나, 주변 동료들도 필요한 것을 "알아서" 배려해 주는 분위기가 많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그런 사람은 자기 의견을 내세우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에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내가 업무적으로 필요한 것에 대해 요구하지 않으면 단순히 필요하지 않아서 요구하지 않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딜 가나 너무 무리한 것을 요구하는 사람은 부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협의를 할 때 일부러 중간선을 염두에 두고 살짝 무리한 것을 말할 때도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그런 무리한 요구를 하면 저 사람 인성이.. 하면서 도덕적 평판을 잃기 쉽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협상에 있어서는 감정적인 여부는 최대한 배제하고, 우리가 어떤 중간선에서 만날 수 있을지를 최대한 판단하려 합니다.
수평적인 문화와 동반하여, 매니저는 문제 해결에 생각보다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업무를 하다 문제가 발견되면 직원 스스로가 해결하는 방법으로 나아가는 게 이상적이기 때문이죠. 다만 중간에 어떤 지원이 필요할지에 대해 매니저에게 논의를 하면 지원을 해주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그래서 내가 일을 잘하고 일을 하면서 발생한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요구" 도 포함됩니다.
특히나 이제 막 미국에 적응하시는 분들이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하는 분야는
1. 내가 하고 싶은 업무
2. 내가 요구하고 싶은 연봉 (혹은 취업 비자 지원)
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취업 인터뷰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업무에 대해 스스로 적극적으로 어필하시고, 정말 내가 그곳에서 원하는 업무를 실제로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실전 업무를 하기 전에 수습 기간이 있다면 그 기간이 얼마나 될지를 확실하게 정하고 가셔야 합니다. 구두로라도 약속을 하고 가신다면, 미국에 가셔서도 계속 내가 원하는 실무 자리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되니까요.
그렇게 약속을 했는데도 내가 원하는 실무 자리에 대한 약속이 지지부진하게 느껴진다면, 접 사장님과 혹은 임원급의 사람과 면담을 요청하셔서 다시 한번 적극적으로 말씀하시길 추천드립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렇게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것을 오히려 좋게 생각할 테니까요. 설령 좋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내가 애초에 약속했던 것,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말하는 것은 이곳에서 당연한 일이자 나의 권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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