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한국에서 회사 잘 다니던 찐한국인이 워홀을 간다구?
- 멘토
- [호주] 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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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국 대기업, 영국을 거쳐 이제는 글로벌 기업의 호주지사에서 UX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김연입니다. 지
금 시드니에서 UX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살게 되기까지 제 해외생활의 여정을 프롤로그로 미리 다루고 다음 포스팅부
터 본격적인 UX 디자이너로의 커리어 전환, 영국/호주에서 취업하는 노하우와 근무환경 등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프롤로그에서는 처음 한국에서 영국 워홀을 떠난 계기, 영국 워홀러로 첫 직장 잡기, 워홀러로의 이직, 현지 직장 적응
노하우 등을 다뤄볼 생각입니다.
한국을 떠나게 된 계기 & 흔들리지 않기
돌이켜보면 한국에서의 저는 ‘정답’이라고 여겨지는 삶에 가까운 생활을 했던 것 같습니다. 영국에서 교환학생을 했던
한 학기 외에 휴학도 별로 하지 않고 졸업하자마자 대기업의 패션 부문에 취직해 3년을 일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다
들 원하는 안정적인 직장, 스물일곱이라는 나이에 벌 수 있는 적지 않은 연봉이 있다면 행복해야 하는데, 그렇게 행복하
지 않았습니다.
당시 회사의 공식 퇴근시간이 7시라 다들 각자의 상사의 눈치를 보다보면 7시반, 8시에 퇴근하기 일쑤에 회사 근처에
서 허겁지겁 저녁을 먹고 집에 도착하면 10시쯤이었으니 나를 위한 진정한 휴식이란 없는 쳇바퀴 일상을 살고 있었습
니다. 게다가 저는 외국 브랜드를 한국 시장에 수입해 전개하는 패션바이어로 일하고 있었는데, 예상보다 유럽 본사의
입김과 자부심이 상당히 강해서 한국의 유일한 유통업체(distributor)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이 꽤 제한적이었습니
다. 아무리 더 오래 일해 경력이 쌓인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을 구조였습니다.
현업에서 이런 한계가 느껴질 즈음, 저는 이 일을 장기적으로 하고 싶은지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게 되었고 패션의 본고
장 유럽에 가서 일을 해봐야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한국에서 패션 바이어로 일하는 것에 한계
를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아예 패션업을 더 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를 알고 싶었거든요.
마침 새롭게 지원자를 뽑기 시작한 영국 워홀 비자에 그렇게 지원을 하게 됩니다. 런던은 세계적인 패션의 수도이자 대
학 재학 중 교환학생 시절 6개월만 잠깐 살아봤던터라 아쉬움이 있었는데 런던이 앞으로 정말 내가 살고 싶은 곳인지,
정말 나랑 맞는 곳인지도 2년간 살아보면서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운좋게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정이 되었고, 다니고 있던 한국 기업에서 퇴사를 했습니다. 영국 워홀을 가려고 퇴사를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상사 분들이 걱정 아닌 걱정을 해주셨고 특히 브렉시트도 앞으로 일어난다고 하는데 굳이 영국이
어야 하냐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하던 일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대학 졸업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사회인으로 살고 있다가 워홀을 떠난다
는 것이 많은 분들에게는 너무 맨땅에 헤딩하는 것처럼, 대책 없이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혼자 결심을 내렸다가
도 주변의 반응을 보면 또 흔들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저처럼 한국에서, 특히나 어느정도 ‘정답’에
가까웠던 길을 밟다가 커리어적 혹은 앞으로 인생의 방향에 필요한 질문이 생겼을 때, 그 질문의 해답을 구하러 워홀 같
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면 용기내서 잡아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국 밖의 사회에 나와보니 각자 다양한 사연으로 여러가지 일을 하고 있고, 나이 같은 것은 정말 큰 부분이 아니라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외국에서 job을 지원할 때는 나이를 넣는 칸도 전혀 없고, 현지에서 만난 동료들과도 나이를 서로
물어볼 일도 없을 뿐 아니라, 특히 서양인들은 한국인 포함 아시안들의 나이는 전혀 가늠하지 못하기 때문에 (ㅋㅋㅋ
ㅋ) 내가 너무 나이가 많은 것 같은데 이제 와서 워홀을 가도 될까? 같은 걱정은 넣어두셔도 될 것 같습니다.
패션 브랜드 매장에서 근무하던 시절, 방앗간처럼 가던 Holland Park
영국 워홀에서 첫 직장 구하기 & 이직하기
퇴사를 하고 이것저것 영국으로 떠날 준비를 한 뒤 12월 연말에 런던에 도착했습니다. 미리 조사를 하고 이 시기에 맞
춰서 갔던 건 아니었는데 영국을 비롯한 서양 문화권에서는 크리스마스가 우리나라의 설날과 추석을 합친 정도로 일년
중 가장 큰 명절이기 때문에, 많은 매장에서 Christmas Temp. (바쁜 크리스마스 시즌에 일할 캐주얼 워커)을 많이 뽑고
있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유럽 브랜드의 경우, 온라인 사이트에서 지원하니 며칠 후 당장 내일 면접을 보러올 수 있냐고 답
장이 와서 실제 면접을 보러 갔고 ‘손님이 회사 퇴근 후 저녁에 파티를 가는 일정이 있는데 출근과 파티 참석이 둘 다 가
능한 아웃핏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냐’ 같은 상황극을 포함, 짧은 인성 인터뷰를 보게 됐습니다. 상황극은 1
대다 인터뷰였는데 저보다 영어가 훨씬 유창한 다른 지원자들보다도 제가 결국 뽑혔던 것을 보면, 영어 실력보다도 순
발력이나 의지 같은 soft skills도 크게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운좋게 바로 북유럽 패션 브랜드 매장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대부분 영국인인 동료들과 고객들 사이에서
일하면서 영어에 익숙해진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같은 브랜드도 매장 위치에 따라 손님
들의 demographics가 다를 수 있고, 제가 일했던 매장은 다른 시내에 있는 매장보다 연령대가 더 높은 영국 현지인 손
님들이 더 많아서 1:1로 더 길게 응대를 하는 것이 보편적인 곳이라 영국인들이 많이 쓰는 표현이나 톤 같은 것을 배우
기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더욱이 이 매장은 의류 뿐만 아니라 북유럽 브랜드 가구를 같이 취급했던 경력을 살려 얼마 후, 영국 유명 디자인 스토
어에서 가구 전문 컨설턴트로 일하게 됐고, 판매나 응대 능력을 인정 받아서 기업 고객 전문 컨설턴트로 승진할 수 있었
습니다. 영어가 모국어인 동료들이 많았지만 이번에도 제가 승진할 수 있었던 건, 그들보다 부족한 영어라도 고객들과
의 커뮤니케이션을 늘 빠르고 깊이 있게 진행해, 누구보다 높은 판매액을 매달 달성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편, 이 브랜드의 매장에서 일하면서 매장에서 볼 수 있는 엄청난 수의 가구들을 같은 브랜드의 웹사이트에서는 거의
볼 수 없고 정보나 경험이 굉장히 한정적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고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드
는 UX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도 그 때 알게 됐죠. 그래서 워홀 비자가 끝날 즈음 영국에 UX 디자인 석사과정
을 지원하게 됐고, 합격해서 공부를 하게 됐습니다. 이 UX 디자이너로의 커리어 전환 관련 내용은 다음 포스팅에서 다
루려고 합니다.
가구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출장으로 방문했던 밀라노, 코펜하겐, 포르토의 장면들
코로나로 인한 락다운 속 영국, 그리고 호주
UX 디자이너로 커리어 전환을 해 첫 직장을 잡은지 얼마 되지 않은 2020년 초, 한국에 있는 가족과 지인들을 통해 어렴
풋이 듣고 있던 코로나가 결국 유럽에도 넘어오게 됩니다. 당시 유럽에서는 코로나의 존재조차 믿지 않고 있었고 그야
말로 남일처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정부에서 모든 시민들의 이동을 금지하는 락다운(Lockdown)을 정말 하
루아침에 시작합니다. 이후 모두에게 새로웠던 재택근무가 시작되고, 외출은 하루 한 번 장보기나 산책만 가능했는데,
지금 되돌아보면 정말 비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렇게 집안에 갇혀산 지 일년정도 되어가던 즈음, 파트너가 당시 코
로나로부터 자유로웠던 호주의 회사로부터 잡 오퍼를 받게 됐습니다. 코로나도 락다운도 없는 따뜻한 남쪽나라라는 꿈
을 안고, 영국을 떠나 호주로 갈 결심을 했습니다.
호주로 여행조차 와보지 않았지만, 영국의 많은 영향을 받은 영어권 국가이고 좋은 날씨와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기업문
화는 너무나 익히 알려진 정보들이라 더 부담없이 결정했던 것 같습니다. 일년 넘게 거의 집안에만 갇혀있었던 영국에
서 빨리 벗어나고 싶기도 했구요... 코로나라는 판데믹이 아니었다면 제가 호주에 와서 살 일은 없었을 지도 모르겠습니
다. 하지만 막상 와보니, 영국이나 유럽에서 워홀로 처음 호주를 왔다가 호주 문화에 반해 십년 넘게 살고 있는 유럽인
외노자 동료들도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이 나라의 기후와 문화가 주는 매력이 아주 크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후 컨
텐츠에서 호주 회사에서 자리잡기, 영국 vs 호주 관련 이야기도 풀어볼 생각입니다.)
계절 상 한겨울인 7월에도 젤라또를 먹으면서 산책이 가능한 햇살 쨍쨍한 시드니
끝으로 멘티분들도 각자의 다양한 상황이나 포부를 가지고 워홀이나 해외취업을 꿈꾸고 계실텐데, 저처럼 한국에서 대
학을 나오고 심지어 한국에서 회사를 잘 다니다가도 도전한 사람이 있고, 늦었거나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려드
리고 싶었습니다. 더 궁금한 점 있으시면 질문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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