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패션을 공부한 문과생, UX디자이너로 커리어 전환 가능할까요?
- 멘토
- [호주] 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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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 디자인 석사 과정 후 PSW비자 받기 (영국, 호주)
프롤로그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런던의 유명 디자인 스토어에서 기업 고객 전문 가구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매장에서 접할 수 있는 제품이나 경험에 비해
같은 스토어의 웹사이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디지털 경험은 굉장히 제한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또 이를 바꿀 수 있는 직업이 UX 디자이너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 저는 UX 디자인을 배울 수 있는 석사 코스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UX 디자인에 집중한 런던 내 석사 코스가 두 군데 밖에 없었고, 제가 공부했을 때는 영국 정부가 영국 내 학교 졸업생들에게 구직활동을 하며 있을 수 있게 해주는
Post study work visa가 없었어서, 1년 정규 석사 과정 후 1년 간 인턴을 할 수 있는 비자를 제공하는 Kingston University의 석사 과정이 매력적이었습니다.
UX 디자인은 굉장히 실용적인 학문이기 때문에, 학위 자체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졸업 후 현지에서의 취업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가능한지가 제 다음 스텝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1년 학위과정 후 1년의 인턴십 비자를 제공하는 Kingston University의 석사 과정이 유일한 빛으로 생각됐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학교 과정을 마친다고 자동으로 인턴십을 제공해 주는 것이 아니라, 특정 기한 안에 잡 오퍼를 알아서 구해오면, 학교에서 인턴십 동안 비자만 스폰해주는 조건이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순간이, 이 석사 과정 중 기한 안에 인턴십을 잡지 못하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던, 그 절박했던 2개월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만이나 비유럽권에서 온 제 대학원 한 기수 선배들도 그렇게 인턴십을 구하지 못해서 대학원 과정만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간 경우가 거의 전부였습니다. 희망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끝없는 두드림 끝에 결국 주니어 UX 디자이너로 저를 뽑아준 회사가 생겼고, 그 다음부터 이직하는 건 점점 쉬워졌던 것 같아요.
위에 썼듯, UX 디자이너로 커리어 전환을 할 때 꼭 학위가 필요하냐고 질문하신다면, 그렇진 않습니다. 현지에서는 몇주간의 부트캠프를 졸업하고, 첫 직장을 잡은 다음부터는 승승장구하는 현지인 디자이너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외국인으로, 특히 새로운 직종으로의 커리어 전환을 시도하는 사람으로 잡마켓을 두드려야 한다면, 바로 스폰서를 해줄 회사를 찾는 것보다 이 학위가 제공하는 PSW를 이용한 어느 정도의 유예 기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이 현실적으로 굉장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스폰서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더 많은 회사에 지원할 수 있게 되기도 하구요.
이제는 영국 석사를 졸업하고도 PSW Visa(2년)를 받을 수 있게 되었고, 호주의 경우에는 UX 디자인 관련 석사 과정이 영국보다는 더 긴 1.5-2년이 걸리긴 하지만, 올해 7월부터 역시 2년이던 PSW 비자를 3년으로 연장하는 것을 발표했고 이미 시행중이라고 합니다.
이미 관련 분야로 경력이 있으신 분들은 물론 바로 워홀비자를 이용해서 지원하고, 바로 직장을 잡을 수 있으면 제일 좋겠지만, 이렇게 새로운 분야에 도전을 해보고, 또 그렇게 공부를 하러온 외국인 학생들을 학위만 끝나면 쫓아내는 것이 아니라 ㅠ_ㅠ 더 자리를 잡을 수 있게 시간적 여유를 주는 곳에서 새로운 삶을 꿈꿔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 같습니다. (물론 학비나 생활비 같은 상당한 투자비용이 들어가긴 하지만요…)
최근 석사 후 PSW를 3년으로 연장한 호주 정부 발표 내용과 그에 해당하는 대학들의 석사 과정들을 모아놓은 리스트입니다. Design이라는 키워드를 넣어서 검색해보면, 반년 정도의 짧은 Diploma 과정들은 포함되지 않고 공식 학사나 석사 과정만 해당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https://www.studyaustralia.gov.au/news/post-study-work-rights-extension-qualifications-announced
https://immi.homeaffairs.gov.au/visas/getting-a-visa/visa-listing/temporary-graduate-485/post-study-work#About
https://www.education.gov.au/extended-poststudy-work-rights-international-graduates/resources/cricos-courses-eligible-extended-poststudy-work-rights
위 링크에서 받을 수 있는 PDF에 Design이라는 키워드를 넣어서 검색해보면, PSW를 받을 수 있는 학사나 석사 과정을 찾을 수 있습니다.
공부와 비자는 해결되었다 치고, 그렇다면 첫 직장은 어떻게 잡아야 할까요?
학교 커리어 서비스 잘 이용하기
저를 주니어 UX designer로 뽑아준 리드 디자이너를 처음 만난 건 학교와 연계된 리크루터가 주최한 특이한 방식의 잡 페어에서였습니다.
보통의 잡 페어는 개별 기업이 부스 하나씩을 설치해 취준생들이 돌아가면서 방문을 해서 상담을 받는다면 이 리크루터가 주최한 잡페어는 반대로 취준생들이 각자 부스가 되고, 인턴을 고용할 의사가 있는 회사의 실무자들이 돌아다니면서 저를 포함한 취준생들의 pitch를 듣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렇다보니 석사 과정동안 했던 프로젝트들을 짧은 시간에 간결하게 설명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것이 필수였고, 저는 포트폴리오 사이트를 보여줄 수 있는 아이패드를 준비해 저의 부스를 방문하는 팀장들에게
제 프로젝트들을 설명했습니다.
그 중 한 에이전시의 UX 팀장으로 있던 제 전 매니저가 제가 보여준 포트폴리오가 맘에 든다며 제대로 면접을 보자고 했고,
며칠 후 더 자세하게 제 case studies를 설명하고 질문에 대답하는 한 시간 정도의 인터뷰 후 인턴으로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제 첫 UX 잡을 안겨준 잡 페어는 학교 커리어 서비스에서 보낸 단체 메일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이었고, 동기들 중에서도 신청한 사람이 저를 포함 세 명밖에 안됐지만
그 중 두 명이나 이 잡 페어를 통해서 첫 직장을 얻었으니 성공률이 아주 높았던 것 같습니다. (그 잡 페어에 참여한 다른 학교 사람들의 결과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유학을 하시다 보면 은근 학교에서 제공하는 커리어 관련 서비스가 많은데, CV 첨삭이나 인터뷰 준비 등 여러가지가 있으니 늘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간결한 포트폴리오 준비하기
이렇게 기회가 생겼을 때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제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프로젝트를 해왔는지 간결하게 보여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준비되어있기 때문입니다.
UX디자인이나 디자인 전공을 생각하고 계신 분들은 보통 알고 계시겠지만, ‘포트폴리오’란 경력을 텍스트로 기록한 CV와는 다르게, 비주얼을 사용해
그동안 해왔던 프로페셔널한 프로젝트를 보여줄 수 있는 자료나 웹사이트를 주로 말합니다.
UX디자이너라는 특성상 실제로 회사에서 한 업무프로젝트든 개인이 학위과정에서 준비한 프로젝트든 포트폴리오 구성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면접을 볼 실무자들에게 이력서가 전달되기 전, 비전문가인 리크루터들이 면접 대상을 먼저 검토하고 뽑는데,
한 이력서/포트폴리오 당 리뷰하는 시간은 10초 남짓이라고 해요. ㅎㅎㅎ.. 과장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짧은 시간안에 핵심적인 내용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1) 무엇이 중요한가 - Storytelling하는 방법
UX 디자인은 Design Thinking을 통해 기존의 웹사이트나 제품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는 학문입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책을 통해 배우는 원칙들도 굉장히 중요했지만, 실질적으로 그 원칙들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학교 수업 외에 이곳 저곳에서 열리는
산업 관련 Meet up들을 많이 참여해서 현업에서 디자이너들이 어떤 프로젝트들을 어떻게 접근하고 설명하는 지를 듣는 것이 많이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거주하는 도시에서 열리는 여러 Meet up에 가서 실제 디자이너들이 설명하는 것을 듣고 질문하는 것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되겠지만,
유투브로 접할 수 있는 전세계 디자인 인플루언서들의 자료도 정말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제가 주변에 강력 추천했던 네덜란드 출신 UX디자이너이자 유투버 femke의 채널 중 그녀가 UX 디자이너로 처음 취직하게 된 Uber 면접 때 썼던 포트폴리오를 설명해주는 비디오입니다. 이외에도 이직할 때마다 그 전 회사에서 했던 디자인 과정/업적들을
어떻게 설명했는지 계속 업데이트해주니 보시면 어떤 부분을 포인트로 만들어야할지 감이 잡히실 거에요.
https://www.youtube.com/watch?v=JJk0I_jWSc4&ab_channel=femke.design
2) 새로운 커리어에 부합할 만한 내 커리어의 궤적 잘 설명하기 - Connect the dots
또 부가적으로, 저는 보통 많은 UX 디자이너들이 그렇듯이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UX 디자인으로 전향한 케이스가 아니라,
패션이라는 좀 뜬금 없을 수 있는 전공을 했었기 때문에, 왜 내가 UX 디자인을 하게 됐는지 설명하는 게 포트폴리오 안에서 필요했습니다.
결국, 여러가지 시각적인 방법을 이용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산업인 UX 디자인과 나의 과거가 어떻게 연결이 되어있는지 잘 설명하는 것이
커리어 전환을 하시는 어느 분에게나 필요할텐데요. 제 경우, 포트폴리오나 인터뷰에서 패션이라는 산업이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것에 주목하는 부분에 집중하니,
UX 솔루션에 있어서 어떤 것이 시각적으로 나은지 감별할 수 있는 그 눈을 가졌을 거라는 것에 인터뷰어들이 공감하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3)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 Notion으로 포트폴리오 만들기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는 웹플로우를 비롯한 다양한 웹사이트 빌더들이 있겠지만, 저는 노션을 이용했습니다. 제가 처음 노션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던 몇년 전만 해도
이렇게 노션이 많이 쓰이진 않아서 인터뷰를 볼때면 더 관심을 보여줬습니다. 당시 제가 참고했던 영상은 안타깝게도 찾을 수가 없지만 (원작자가 내린 것 같아요…)
비슷한 내용의 튜토리얼을 공유합니다. 호주 회사들과 면접 보던 2021년에는 노션 포트폴리오에 대해서 특히나 좋은 코멘트를 많이 받았어서 추천합니다!
https://youtu.be/t5OYI-IEkgU
UX 디자이너로 첫 걸음을 뗄 수 있는 준비를 마쳤고, 다음 번에는 어떻게 한국 회사가 아닌 글로벌 회사의 호주 지사에서 오퍼를 받을 수 있었는지,
현지에서 네트워킹하고 잡을 찾는 방법을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