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E2] 뉴욕에서 아시안 여자로 살아남기 (Am I a racist?)
- 멘토
- [미국] 문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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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top Asian Hate
1) 아시안 혐오 범죄
내가 처음 뉴욕에 왔을 때가 코로나로 아시안 혐오가 굉장히 심했던 직후였다. 뉴욕에 오래 산 아시안 친구들의 말을 빌리자면,
평생 그런 적이 없었는데 집 밖을 나서는 것만으로도 불안하고 아무 이유없이 무서웠다고 한다. 그 정도로 사회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특히 뉴욕 타임스퀘어 지하철역에서 흑인 남성이 아시안계 여성을 선로로 밀어서 사망한 사건은 한국에서도 떠들썩하게 보도된 바 있다.
처음 뉴스를 접했을 땐 정말 충격적이었고 이 사건 때문에 지금까지도 지하철역에서 절대 선로 근처에 서있지 않는다.
플랫폼 중앙이나 벽, 기둥 뒤쪽으로 서있는게 습관이 됐다. 이 사건 직후에는 지하철 기다리는 동안
내 앞뒤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다 한 번씩은 쳐다볼 정도로 불안했다. 미국은 한국처럼 지하철 시스템이 잘 되어있지 않다.
쾌적하지도, 제 시간에 도착하지도 않으며 스크린 도어는 당연히 없다. 그래서 더욱 조심해야한다.
지하철 관련한 범죄를 얘기하니 또 다른 사건이 생각난다. 바로 브루클린 총기 난사 사건.
사실 미국이야 총기 사건이 워낙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이 사건이 나에게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던건 출근 시간에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이다.
해당 지하철은 브루클린에 있는 역이라 나는 당시 저 지하철을 타고 있진 않았지만 맨해튼 내에 있는 지하철로 출근중이었기에
역 내 안내방송과 브루클린에서 출퇴근을 하는 친구들을 통해 소식을 알 수 있었다.
당시 실시간으로 SNS에 영상이 업로드 됐는데,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내가 저 지하철로 출근하고 있었다고 생각해보면 정말 아찔하다.
첫 번째 타임스퀘어 지하철 사건은 뉴스만 보면 아시안 혐오 범죄와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그 당시 뉴욕에서는 거의 대부분 이 사건을 아시안 혐오 범죄로 보고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Flushing에 있는 기차역에서도 흑인이 한국인 여성을 선로로 밀어서 사망하게한 사건이 있었다. 뉴욕엔 정말 많고 많은 인종들이 있지만 왜 하필 아시안계 여성들에게만
이런 사건들이 자꾸 발생했을까? 결코 우연은 아니라고 본다.
2) 인종차별, 어디까지 당해봤니?
이 글을 쓰면서도 곰곰히 생각해보면 운 좋게도 나는 아직까진 인종차별이라고 느껴질만한 일은 없었던 것 같다.
사실 인종차별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A라고 말했을 때 그걸 듣는 사람이 기분이 나쁘고
인종차별이라고 느껴진다면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인종차별적 발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내가 말하고자 하는건 누가 봐도 명백한 인종차별 행위이다.
예전에 친구들과 다같이 브루클린에서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나를 제외한 다른 친구들은 모두 New Jersey에
살았기에 나는 먼저 내려서 친구들과 헤어졌고, 집에 도착해서 친구들에게 기분 나쁜 일을 당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들어보니, 지하철 같은 칸에 10대처럼 보이는 백인 여러명이 타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 친구들을 흘깃흘깃 보더니
자기들끼리 낄낄거리고 손가락으로 눈을 찢어서 친구들을 보며 웃었다는 것이다. 지하철 내려서 친구가 그 백인들 중 한 명에게
그런 행동을 왜 한거냐고 단호하게 물어보니 아무말도 못했다고 한다. 정말 생각없이, 그저 재미로 그런 행동을 하는 이런 사람들도 있으니 한 번쯤은 잘못을 짚어줘야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날은 친구들과 타임스퀘어를 걷고 있었는데 Homeless가 뒤에서 걷고있던 내 친구들 중 한 명에게 다짜고짜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며 소리를 질렀다.
외모만 보고 내 친구가 중국인인 줄 알고 F China를 외치며 위협적인 제스처를 취하길래 너무 불쾌해서 자리를 피한 기억이 있다.
코로나 직후 China Town에 있는 가게들 벽에는 중국과 아시아인들을 욕하는 낙서들이 한가득 적혀있었고 'Stop Asian Hate' 문구도 심심치않게 볼 수 있었다.
Homeless들이 다짜고짜 와서 시비를 걸 땐 아무 반응 하지말고 그 자리를 피하는게 베스트다.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나.
가장 최근에 들었던 또 다른 일화로는 내 친구가 한국인 친구들이랑 길을 걷고 있던 상황이었다. 앞에 걸어가던 한국인
남자 친구들 두 명에게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흑인 남자 두 명이 갑자기 머리를 세게 때렸다는 것이다. 정말 아무 이유없이
키 큰 흑인들이 머리를 엄청 세게 때리고 아무렇지 않게 자기들끼리 키득거리면서 지나갔다는 것이다. 뒤따라 걸어오던 친구들은
너무 놀라서 벙쪄있었는데, 오히려 맞은 당사자들은 이런 일이 자주 있었다며 반응해주면 더 심하게 저런다며 되려 놀란 친구들을 다독였다고 한다.
충격인 동시에 슬펐다. 아무래도 선천적으로 체격 차이도 있다 보니 아무이유 없이 맞아도 가만히 있는게 더 낫다는 걸
이미 어릴 때부터 미국에 살면서 깨닳은 친구들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
2. Melting Pot or Salad Bowl
뉴욕은 세계의 도시라고 불리는 만큼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공존하는 곳이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면 뉴욕만큼 좋은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래 사진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퇴근하고 타임스퀘어를 지나가다 공연 하는 사람들을 찍은 사진인데 이 사진만 봐도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Time Square, New York
이런 뉴욕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이 Melting pot과 Salad bowl이다. Melting pot은 이민자들로 구성된 국가에서 여러 인종, 민족, 문화가 뒤섞여 하나로 동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비슷하게 Salad bowl 이론은 서로 다른 문화적 특징을 가진 집단이 어울려 살기 위해서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다문화주의에서 발전된 개념이다.
샐러드처럼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이 상호공존하며 각각의 개성을 지닌 채 조화로운 통합을 이룬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3. Am I a racist?
아이러니하게도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사는 만큼 빈번하게 인종차별이 일어나는 곳이 미국이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순수 한국인인 나는 인종차별이라는 걸 모르는 줄 알았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건 인종차별적 행동이나 발언이 아니라 무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던 생각이다.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소비해오던 영화나 드라마, 각종 밈, 미디어 매체에 노출되어온 뇌가 그대로 특정 인종을 향한 스테레오타입을 나도 모르게 형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평소 미드나 외국 영화를 즐겨보는데 거기서 등장하는 흑인의 역할이나 상황이 백인 보다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거나 나쁜역할을 맡는걸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역사를 보면 흑인들이 백인들에게 억압 당해왔었고, 2020년 경찰이 흑인 범죄자를 과잉 진압하여 사망한 사건으로 크게 떠들썩했던걸 다들 기억할 것이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인해 흑인 민권운동의 슬로건인 "Black Live Matters"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실 처음 뉴욕에 왔을 땐 나도 흑인들이 무서웠다. 영화에서보던 흑인들처럼 과격하게 행동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지하철을타고 출근하던 중에 아무런 이유 없이 앞에 있던 백인 아저씨에게 소리를 지르고 인종차별적 욕을 하는 흑인도 봤다.
그 백인아저씨도 처음엔 점잖게 대응하다 도가 지나친 발언을 계속하니 결국 똑같이 욕을 하고 다음 역에서 내리는 걸 본 적이 있는데
그때 새삼 백인과 흑인의 갈등이 심하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오히려 그동안 차별을 당해왔던 흑인들이 아시아인들을 똑같이, 아니 더 무시하고 차별한다는 느낌도 받았다.
특히 아시안 여성들의 경우 대부분 왜소하고 건드리기 쉽다고 생각해서 아무 이유 없이 지나가다 시비를 거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사실 나는 뉴욕에 오고 초반 몇 달은 내가 인종차별주의자가 된 것처럼 느껴졌고 흑인들이 그냥 너무 싫었다.
어딜가나 보이는 홈리스들도 죄다 흑인에 시끌벅적한 소란이 나는 곳을 보면 대부분 흑인들이 연루되어있었다.
잠깐 회사 앞에서 전화를 받고 있을 때도 여자 혼자 길에 서있다는 이유로 무례하게 툭툭 건드리면서 계속 플러팅을 해대던 사람도 흑인이었다.
너무 불쾌한 경험이 많아서 초반엔 흑인들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봤지만 뉴욕에 계속 지내면서 세상에 다양한 사람이 많다는걸 인정하고는 아무 생각이 없어졌다 ㅎㅎ
뉴욕에 지내다보면 예상치못한 일들로 특정 인종이나 집단에 대해 반감이나 혐오가 생길 수 있다.
뉴욕엔 정말 다양하게 이상한 사람들이 많아서 충분히 들 수 있는 감정이다.
그럴 땐 그냥 '그러려니~'하는 마음가짐으로 그들을 바라보는게 스스로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그들에게 안좋은 감정도 들지 않는 방법이다.
가끔 특정 행동을 하는게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 때도 그냥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고, 다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들이기에
그들의 행동을 특정짓거나 나에게 맞춰 생각하려 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포용해주도록 하자.
오픈 마인드를 가지면 더 많은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으니 명심하도록 하자.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그리고 오픈마인드! 0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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