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호주 회사에서 일하면서 한국에서 재택하기
- 멘토
- [호주] 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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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코로나가 바꿔놓은 업무 문화
제가 시드니로 이주해온 2021년, 코로나로부터 자유로웠던 호주는 뒤늦게 감염자 수가 높아져 락다운을 시작합니다. 시드니에 온 첫 몇 달은 기존에 일하던 영국 회사의 프로젝트에 프리랜서로 참여해 일하면서 시드니 베이스 잡을 찾게 됐는데, 락다운이다보니 모든 면접은 화상으로 이뤄졌고, 이후 시작하게 된 업무도 전부 재택근무로 진행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도, 다른 팀원들과 다같이 오피스로 출근하는 수요일을 제외하면 주 4일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회사의 경우, 코로나 시간을 거치면서 회사가 모든 직원들이 출근하는 시나리오에 맞춰 각자의 자리가 늘 확보된 사무실을 준비하는 대신, 개개인이 출근할 때 데스크를 예약해서 쓰는 핫데스킹 수요에 맞게 사무실을 축소했기 때문에, 모두가 늘 사무실로 출근하는 걸 기대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모든 호주 회사가 이런 상황은 아니고, 사무실 출근이 주 2회나 3회로 늘어난 경우가 많고, 금융권과 같은 보다 보수적인 회사의 경우 아예 예전처럼 주 5회 사무실 출근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사정이 있거나, 몸이 좋지 않거나 하는 등의 상황에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은 이미 조성이 되어있기 때문에, 사무실에 출근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도 별로 무리 없이 유동적으로 이해해주는 것은 공통적인 호주의 문화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주 4회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보니, 다양한 곳에서 업무를 하는 동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기간동안 시드니에서 차로 4-5시간 걸리는 거리로 이사를 가서 분기에 한번 있는 팀데이에만 참여하는 동료가 생기기도 하고, 태국인 파트너가 있는 동료는 아예 태국에서 가서 한 달 동안 지내면서 태국보다 빠른 호주 시간으로 근무를 하고 3시부터는 개인 시간을 가지는 생활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주변 상황에서 영감을 받고, 제가 일하고 있는 시드니는 한국와 시차가 1시간 밖에 나지 않아서 저도 한 달여를 한국에서 대부분 원격근무를 하며 보내기로 했습니다. 참여하고 있던 프로젝트의 중요한 부분들은 많이 끝난 상황이라 더 결정하기가 쉽기도 했습니다.
2. 한국에서의 원격 근무
이번 한국 방문 대부분의 시간을 서울에서 보내고, 일주일은 제주도에서 워케이션을 했는데, 다양한 형태의 공간에서 업무를 시도해보았습니다. 물론 가장 편한 곳은 제 책상이 있는 부모님 댁이긴 했지만, 점심이나 저녁 시간을 활용해 친구,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려다보니 자연스럽게 업무 공간을 옮기며 일하는 ‘노마드’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해외 취업을 꿈꾸시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관심 있으실 ‘디지털 노마드’를 언젠가 해보고 싶기도 해서, 서울이나 제주가 현실성 있는 옵션이 될 수 있을지 체험해보는 제 나름의 실험이었습니다.
2-1. 다양한 원격 근무 옵션
서울과 제주에서 일하기 좋기로 유명한 까페들을 찾아다니고, 1일권을 구매해 이용할 수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일하기도 하고, 재택근무를 하는 친구의 집에 방문해 같이 일도 하고 캐치업을 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제주도에서 일했던 한 코워킹 스페이스. 독립적으로 구분되어있는 데스크가 있어서 정말 사무실 같이 일하기가 좋았어요.
보통 그렇듯 저도 재택근무를 하는 시드니 집에서는 노트북과 큰 모니터를 같이 두고 업무를 하고, 출근하는 사무실에도 책상마다 바로 연결할 수 있는 모니터가 있습니다. 다만 이번에 원격 근무를 하면서 모니터를 따로 챙겨가진 않았기 때문에 제가 디자인을 만들어 내야하는 일을 할 때는 확실히 모니터를 제공하는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일하는 것이 효율적이었습니다. 또 회의가 있을 때, 이런 코워킹 스페이스들은 폰부스나 회의실처럼 주변을 방해하지 않고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마련이 되어있어서, 보다 마음 편하게 일을 할 수 있었던 것 또한 장점이었습니다.
많은 코워킹 스페이스들이 네트워킹 이벤트를 주최하기도 하는데,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일할 수 있는 100% 원격근무 회사 소속으로 한국에서 일한다면, 이런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더 장기로 있으면서 공간을 이용하는 다른 분들과도 직장 동료처럼 네트워킹을 하고 소속감을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몇몇 곳은 아예 같은 건물에 머물면서 일은 1층에서 하는 정말 워케이션을 위해 준비된 곳이 많아서, 제주 뿐만 아니라 한국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일도 하고 여행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매일 이용료를 내면서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업무를 하기는 부담스럽기도 해서, 일하기 좋기로 유명한 큰 규모의 까페와 지자체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공간들을 가보기도 했습니다. 대부분 혼자 작업을 하는 시간에는 괜찮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 회의가 있을 경우, 주변의 소음이 노이즈 캔슬링으로 해결되진 않아서, 장기적으로 일하기 적합한 옵션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 다른 곳을 찾아다니며 일에 재미를 줄 수 있었던 까페들에서 일했던 시간.
언젠가 디지털 노마드로 한국에 돌아온다면, 팀원들과 조율을 통해 오롯이 혼자 일할 수 있는 날을 더 확보하고, 회의는 특정 일에 더 몰아서 잡는 식의 준비를 해서 더 효율적이고 즐거운 한국에서의 원격 근무 생활을 해볼 것 같습니다.
이번 글이 아주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변화한 업무 문화를 통해, 다양한 방식의 업무 형태가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또 마냥 쉽고 재밌을 거라고 생각한 한달 간의 노마드 생활이, 개인적으로는 일과 쉼 둘 다 잘하기 위해 엄청난 집중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 계기이기도 해서 이번 글을 쓰게 됐습니다. 당장은 아니라도, 여러분의 다음 스텝에 영감이 되었길 바라며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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