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공기업 vs. 사기업: 실제 연봉과 연금, 베네핏 이야기
- 멘토
- [캐나다] 이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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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캐나다에서만 직장경력이 어느덧 6년차인데요. 그 중 현재 제가 있는 곳이 세 번째 직장입니다. 첫번째 공기업, 두번째 사기업 그리고 다시 공기업으로 돌아왔는데요. 한국 공무원과 캐나다 공무원은 여러가지 차이가 많지만 특히 연봉에 대한 개념이 확 다르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답니다. 제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시죠? 우선 제가 일하고 있는 캐나다 사내교육 분야의 연봉을 먼저 살펴보도록 할게요.
캐나다 L&D 분야 평균 연봉
제가 속한 사내교육 (Learning & Development, L&D) 분야의 평균 연봉을 살펴보면 *Glassdoor 기준 연간 $80,734라고 하는데 표본이 너무 작아서 유의미하다고 보긴 어렵고, Talent.com이라는 곳에서는 1036명의 연봉을 토대로 평균 $86,849 이라고 합니다.
talent.com 데이터
*Glassdoor같은 채용 사이트에 들어가면 포지션마다 대략의 연봉 평균을 확인할 수 있고 구글에서 검색만 해 봐도 각 분야의 평균 연봉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무원 연봉의 경우 다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채용공고에 모두 연봉 기준액이 나와 있습니다. 들어가고 싶은 분야의 연봉이 궁금하다면 이렇게라도 대략 확인해 볼 수 있답니다.
캐나다 평균 중간소득
캐나다에서 풀타임으로 근무하는 개인의 중간소득 (median income)의 경우 지역마다 차이가 좀 심하지만 대략 5-6만불 사이입니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 당 세후 중위소득은 2021년 기준 $68, 400 이고요. 세후소득임을 감안하면 가구 소득 평균은 세전 10만불 정도 수준이라고 보입니다.
사기업, 캐나다 은행의 연봉은?
한국에서 은행직원은 연봉이 높다고 하죠? 저도 그래서 처음 공기업에서 은행으로 옮길 때, 다른 건 몰라도 연봉이 꽤 오르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가서 보니 오히려 공기업 연봉이 약간 높더라고요. 은행과 같은 사기업은 공기업과 다르게 연말 보너스가 있긴 하지만, 은행의 기본 연봉이 생각보다 낮다는 게 저에겐 좀 놀라운 사실이었고, 사기업 연봉 평균을 찾아봐도 매니저급이 아닌 이상 제가 속한 분야에서는 공무원 연봉이 크게 나쁘지 않다는 것도 더불어 알 수 있었습니다. 확실히 특정분야나 (회계 등) 매니저 이상 포지션이 아니라면 일반 직장과 비교하여 캐나다에서는 공무원/공기업 연봉이 꽤 좋은 편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캐나다 사기업 중에는 당연히 훨씬 많은 연봉을 주고 베네핏이 좋은 곳들이 있지만 일반 사무직/경영지원 입장에서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게 저에겐 좀 색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은행 베네핏
제가 일했던 부서는 전 사원 평생 재택근무가 가능 한 곳이었고, 그게 이 팀의 큰 장점 중 하나였습니다. 처음 입사해도 주정부처럼 휴가가 4주 주어진다는 것, 공기업과 비교하면 부족하긴 하지만 연금도 있다는 것 (연금 얘기는 아래서 더 자세히 할게요), 병가에 제한이 없어서 아파서 결근해도 100% 급여를 준다는 것이 베네핏 상 장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에 반에 제가 일했던 두 공기업의 장점과 단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기업 복지혜택
지금 제가 일하는 시청의 복지혜택이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회사에서 추가로 해주는 건강보험, 치과 보험등과 같은 것들은 온타리오 주정부의 혜택이 더 좋긴 했지만 주정부나 은행에 없던 자잘한 추가 혜택이 많은 편입니다. 제가 근무했던 두 공기업 모두 또 몇년동안 월급을 조금씩 모아서 안식년처럼 6개월 -1년동안 휴가를 쓰면서 모아두었던 월급을 받는 제도도 참 좋은 것 같아요.
시청 직원을 대상으로 시청에서 운영하는 레크리에이션 센터나 YMCA 멤버십 비용 일부를 지원해주고, 회사 내에도 여러 군데의 피트니스 센터가 크고 작게 존재합니다. 온타리오 주정부/은행에서는 없던 혜택이에요. 제가 입사하고 부터는 매달 캘거리 교통 정기권 (Calgary Transit Pass)도 무료로 주고 있어서 저처럼 대중교통으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에겐 꿀 같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답니다.
제가 공기업에서 제일 좋아하는 제도는 주 4일 근무 입니다. 한국 직장인의 설문조사 결과 연봉을 깍더라도 주 4일 근무를 선호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데 저도 2주에 한번씩 금요일을 쉴 수 있는 CWW (Compressed Work Week)이라는 제도는 너무 꿀같은 혜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무시간은 은행이 제일 길었고 그 다음 주정부 그 다음 시청 순으로, 시청은 현재 일주일에 35시간을 근무하게 되어 있습니다.
제가 속해있는 부서 대상 혜택
제가 속한 부서에서는 특별히 매년 자기 개발비를 줍니다. 사기업인 은행에서도 안주던걸 여기서 혜택을 받아서 좀 신기해요. 추가로 웰니스 크레딧을 주기 때문에 운동 기구나 워치 등 운동/건강에 관련된 용품을 추가로 살 수 있습니다. 이 역시 캐나다에서 처음 받아보는 혜택이고요 (한국에서 회사 다니던 생각이 날 정도에요).
공기업 단점
시청으로 이직하면서 가장 큰 변화는 단연 출퇴근이었습니다. 면접 때 부터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일주일에 이틀은 재택근무이고 나머지는 다운타운에 있는 회사로 출근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였거든요. 물론 온타리오 주정부도 팬데믹이 잦아들자 바로 주 3일 오피스 출근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병가의 경우도 은행보다 제도가 나쁘고요. 시청의 경우 1년차는 CWW를 쓸 수 있는 대신에 휴가가 1일도 없습니다. 정말 최대 단점 중 하나에요. 그리고 사기업보다 공기업의 수습기간이 훨씬 깁니다. 사기업이 보통 3개월이라면 시청은 6개월, 연방정부/주정부는 대게 1년입니다. 수습기간이라고 복지혜택이 다르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고용 안정성 측면에서 조금 불안할 수 있는 게 사실이죠.
공기업 연금 vs. 사기업 연금
공무원 연금이 좋은 이유는 DB (Defined Benefit) Plan 이기 때문입니다. 대게 DB 플랜의 경우, 해당 공무원의 평균 연봉과 (연봉이 가장 높았던 5년 연봉 평균을 기준으로 함) 근무 연수에 따라 정해진 금액의 연금을 약속하는 것으로, 수령자가 사망할 때까지 지급됩니다. DB 플랜은 회사에서 투자 위험을 감수하는 것으로 인플레이션을 감안해서 지급하며, 은퇴 전에 얼마의 연금을 수령할 수 있을지 알 수 있습니다.
캐나다 직장인의 약 37%만이 회사 연금 프로그램에 가입되어 있는 캐나다 상황을 볼 때, 회사에서 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우선 큰 복지혜택이긴 합니다. 그중에서도 DB 플랜을 운영하는 회사는 훨씬 적은데 대부분 공무원이나 공기업 뿐입니다.
원래 캐나다 은행도 DB를 했었는데 이제 대부분의 캐나다 회사와 같이 DC Plan (Defined Contribution)을 복지혜택으로 제공합니다. 이는 고용주와 피고용인 모두가 각자 연금을 납입하는 것으로, 자신이 선택한 연금 투자 방식과 불입하는 연금액에 따라 최종적으로 수령할 수 있는 금액이 정해집니다.
대부분의 DC 플랜은 직원이 Group RRSP에 돈을 넣으면 넣은 금액만큼 넣어주는 매칭 방식으로 운영되며, 본인이 투자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고 얼마만큼의 은퇴자금을 받을 수 있을지 계산하기가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수령자가 사망할 때까지 은퇴자금이 남아 있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입니다.
공기업 연금액 예시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은 공무원 연금을 운용하는 회사에서 매년 알려 줍니다. 현재의 계산법을 따르면 (조직마다 좀 다르지만), 30년을 근속한 뒤 65세에 은퇴할 경우, 근속 30년 동안 가장 높았던 평균 5년의 연봉이 약 10만 불 정도라고 가정하면, 만 65세부터 사망 시까지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은 약 연간 4만 불입니다.
평균 기대 수명을 약 만 85세로 잡으면, 20년 동안 80만 불의 연금액을 수령하는 셈입니다 (1:1 환율로 계산하면 약 8억). 따라서 은퇴 후 캐나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추가 연금 혜택 (국민연금, 노령연금)까지 합하면 충분히 마음 편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제일 큰 장점이라고 생각됩니다.
비슷한 연봉에 더 좋은 연금 혜택을 생각해보면 (직업과 분야에 따라 다르지만), 저는 캐나다 사기업보다 공기업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