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생활을 하다보면 한국에 있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영국 물가가 정말 살인적이라고 하는데, 살만하냐?"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 한국의 많은 매체들은 영국의 두자릿수 인플레이션 수치를 헤드라인으로 걸며 전세계적인 고물가 상황을 이야기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전세계에서 화폐가치가 가장 높은 파운드를 쓰는 나라이기에 환율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거나 유럽 여행을 생각했던지, 갔다왔던지 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영국의 물가가 높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는 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영국으로의 이동을 처음 생각했을 때, 높은 물가에 대한 이야기를 주변으로 많이 들어서 한국에서 지낸 것보다 허리띠를 많이 졸라매야하나 하는 걱정도 했었지만 걱정한다고 달라질게 없으니 이러한 걱정은 한쪽으로 미뤄두고 일단 부딪혀보자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막상 경험해보니 영국은 되려 한국보다 장바구니 물가가 저렴하단 걸 깨닫게 되었고, 맛 없는 음식으로 유명한 영국에서 생활하는 맛잘알 한국인답게 외식보다는 집에서 주로 요리를 해먹다보니 식비나 생필품에 대한 물가는 되려 영국에서 더 풍족하게 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보통 마트에 들러서 장을 볼 때 얼마나 드는지에 대해 직접적으로 보여드리면, 정말 영국의 장바구니 물가가 살인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데 도움이 될까 해서 해당 콘텐츠를 준비해보았습니다.
닭가슴살 햄 £2.19 / 감자 4개 £0.62 / 양파 3개 £0.85 / 우유 1pint £0.95 / 바질 화분 £0.75
샐러드 £0.6 / 갈라 사과 £0.89 / 아스파라거스 £1.29 / Chestnut 버섯 £0.95/ 라즈베리 £1.89
방울토마토 £1.65 / 마이너 피규어 오트밀 우유 £1.5 x3 / 알프로 두유 £1.5 / 무티 토마토캔 4개입 £3.5
이금기 노두유 £1 / 이금기 굴소스 £2 x2 / 느타리버섯 £1.55 / 루쁘띠초코과자 £1.5 / 통밀가루 £3.5
고추 5개 £0.36 / 생미쉘비스킷 £1.5 / 페이장브라통 크림치즈 £2.2 / 페이장브라통 브리치즈 £2.3
소고기 치맛살 700g £10 / 양갈비 5대 £15
******************************************************************* 총계: £65.04
코로나 이후 3년 가까이가 지나간 지금도 재택근무를 하고 있기에 삼시세끼를 집에서 먹기에 위의 식재료로 27 끼니를 해결한다고 판단하시면 도움이 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저는 2인 가구로 영국에 거주하고 있기에 1명이 영국에서 생활하는 경우를 고려하신다면, 위의 금액보다는 더 적게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영국의 물가도 작년 이맘때 영수증을 펴서 비교해보면 10%정도 오른 것은 분명합니다. 영국 정부에서 발표하는 인플레이션 수치를 고려해보았을 때 그 수치에 맞게 오른 것은 맞으나 이에 발맞춰 연봉 또한 인상이 되고 있기에 다른 국가들에 비해 인플레이션 수치를 잡는 데에 시간이 걸리지 않나 싶습니다.
최근에는 낮아진 인플레이션 수치에 따라 영국의 대형마트들은 올랐던 물건 값을 내리는 추세이고 두명이서 일주일동안 10만원이면 27끼니를 해결할 수 있기에 영국에서 생활하며 느낀 장바구니 물가는 아직까지는 한국보다 많이 낮은 편이더라구요.
하지만, 물가가 장바구니 물가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한가지 항목을 더 살펴보고자 합니다. 바로 유틸리티 물가인데요. 해당 콘텐츠에서 다룰 유틸리티 물가는 에너지 요금입니다.
영국은 1990년 에너지 민영화가 이뤄져 가정용 및 산업용 전기 및 가스는 민영 에너지 회사를 통해 공급이 되며 그에 해당하는 요금도 민영 회사의 결정에 따라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기업들의 담합을 막기 위해 Ofgem이라는 기관이 전기 및 가스요금의 기본 단가를 결정하며 이를 기준으로 에너지 요금이 계산됩니다.
영국의 살인적인(?) 가스 및 전기 요금 그리고 기본요금 (Standing charge)는 아래와 같은 추이로 인상이 되고 있었습니다. 2021년과 2022년 동기간 전기 요금을 비교해 보면 1kWh 당 단가는 28.3p에서 51.9p로 인상이 되었고, 80.5p까지도 치솟을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원화로 환산해 보면 430원에서 789원 / 1220원으로, 동일한 에너지를 사용하더라도 대략 2~3배가량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똑같은 방식으로 가스 요금을 비교해 보았을 때, 7.4p에서 14.8p로 인상, 그리고 23.2p로 인상이 될 예정이며, 한화 환산 시 112원에서 225원 / 353원으로 전기 요금과 마찬가지로 겨울 기간 동안 2~3배 높은 요금이 청구된 난방비 고지서를 받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원화 환산 기준 환율은 1,520원/파운드 적용, p: 펜스; 100p = £1)
출처 : ICAEW.com
다행인 것은 천연가스 공급가의 하락으로 인해 2022년 예측한 미래 에너지 단가 추정치보다는 다소 낮은 고지서 금액을 마주하게 되었었고, 영국 정부 또한 이러한 에너지 가격의 급상승분을 보조해 주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이미 시행했습니다.
* 가스 및 전기 요금 변동 추이
아래 표에서 봐도 알 수 있듯이 2022년 한 해 동안 평균 가정의 1년 에너지 요금 추정치는 £1,300에서 £3,550으로, 약 190%의 상승률을 보여주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러-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연료비 상승이며, 에너지 공급 자체를 정부가 아닌 민영회사가 하다 보니 연료비 상승에 대한 부담이 고스란히 각 가정으로 전가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Eon.next UK; Ofem,2022
이는 실생활에서도 쉽게 알 수 있는데, 2021년과 2022년 동기간 에너지 요금 고지서를 비교해 본 결과 20~30% 정도 인상된 요금을 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다. 다행히(?) 1년이라는 시간동안 더 높은 에너지 효율의 집으로 이사를 했고, 고지서 요금이 많이 책정될까 봐 더욱더 전기와 가스를 아껴 썼는데도 더 많은 요금을 지불함에 따라 조금은 가계 재정에 영향을 미침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영국 정부가 한달에 10만원 가량의 요금 감면을 해주는 정책을 시행함에 따라 미친듯한 에너지 요금 전체 상승분을 내지 않아도 되었지만, 한국에서처럼 겨울철에 난방을 튼 채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생활하는 건 상상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장바구니 물가와 에너지 물가를 함께 알아보는 콘텐츠를 보시니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어떤 분은 "역시 영국은 살인적인 물가구만" 이라는 생각을, 다른 분은 "영국이 생각보다 물가가 괜찮은데?"라는 생각을 하시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부분은, 영국의 물가가 살인적이라는 주위 사람들의 말과 매체의 말만 듣고 영국으로의 취업, 그리고 해외로의 취업을 포기하기에는 조금은 성급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분명, 이역만리 낯선 땅에서 생활을 하는 것이기에 시행착오도 분명히 있을 것이고 예상 외의 지출이 발생할 가능성도 더 높은 건 사실입니다만, 이 콘텐츠를 보시는 분들이 가지고 있는 해외에서 일해보고 생활해보는 경험이 이러한 힘든 점을 커버해내고도 남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해당 콘텐츠가 2023년 멘토링 마지막 콘텐츠이지만, 해외 취업을 꿈꾸시는 많은 분들의 꿈을 계속해서 응원하겠습니다.
이상 영국멘토 민윤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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