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취업: 전략적 직종 선택과 계획 수립
- 멘토
- [뉴질랜드] 조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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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24 청년 해외취업 K-Move 멘토단에 위촉된 조용식 멘토입니다. 저는 Quantity surveyor (QS)/ Construction Estimator 라는 직종으로 경력을 쌓으면서 두번의 이직을 거쳐 현재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Lead Estimator 로 일하고 있습니다. 해외 취업, 이민과 관련해 겪고 배운것을 공유하여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첫번째 포스팅에서는 해외 취업을 희망하시는 분들께 전략적으로 직종을 선택해야하는 이유와 사전 계획 수립의 중요성, 그리고 직업 선택을 할 당시 제가 고민했던 부분들을 담아 보았습니다.
해외취업과 정착을 결심했던 2017년, 영어 실력이 출중하지도 않았거니와 재정적인 지원을 기대할 수도 없었던지라 보다 더 철저한 계획이 필요했었습니다. 외국 경험이라곤 1년간의 호주 워킹홀리데이 뿐이였고 그렇다고 해외 취업과 관련하여 도움을 얻을만한 지인이 딱히 있지도 않았기에 가능한 모든 정보를 끌어 모아 조금이라도 덜 아픈(?) '맨땅에 헤딩'이 되고자 했었습니다. 당시 서울에 있는 모든 호주/뉴질랜드 유학원을 방문해 상담을 요청하고, 이민 관련 카페와 블로그를 검색하며 수많은 해외 취업 및 이민 사례들을 조사했습니다. 발품을 팔고 때로는 귀동냥으로 정보를 얻으며 나름의 데이터를 쌓아가면서 깨달은 것은, 상당수의 사람들이 충분한 계획 없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성공적인 해외 취업을 위해서는 결국 직종 선택뿐만 아니라 취업, 정착 이후 이민 생활까지 아우르는 장기적인 전략적 계획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 해외 취업의 목적/이유
해외 취업을 목표로 하는 많은 사람들은 각기 다른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해외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33.7%가 더 나은 복지와 근무환경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그 외에도 영어 등 어학 실력의 향상, 국내보다 높은 연봉 수준 등이 주요 이유로 나타났습니다. 각 선택지 간 큰 차이 없이 고르게 표를 받은 결과는, 응답자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해외 취업을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잡코리아 취업뉴스 - 해외 취업 희망 이유, https://m.jobkorea.co.kr/GoodJob/Tip/View?News_No=16827&schCtgr=120002&page=1
해외 취업 및 정착 생활의 기간을 기준으로 놓고 보더라도, 다양한 목표와 계획이 존재합니다. 어학 공부나 문화 체험을 위한 해외 취업이라면 워킹 홀리데이나 근로활동을 허용하는 짧은 비자를 통해 인턴쉽이나 파트타임 일자리를 노려볼 수 있는 반면, 더 나은 근무환경과 연봉 수준 등을 목표로 한다면 정규직 취업 이후 영주권 및 시민권 비자 신청까지 고려한 장기적 계획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모든 해외 취업은 그 이유와 목적에 따라 각기 다른 전략과 계획이 필요한 것입니다.
저의 경우, 호주 워킹 홀리데이 시절 짧게나마 경험했던 워라밸이 지켜지는 근로 문화와 서방 국가의 특징적인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는 개인주의적 분위기가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저의 초점은 해외 취업 자체보다는 취업 이후의 삶에 맞춰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직종 선택에 있어서도 한국에서의 경력이나 개인적인 적성에 맞추기보다는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직업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 직종 선택
본인이 일하고 있는 분야에서 커리어를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근무 환경이나 생활 환경을 찾아 정착을 목표로 해외 취업을 계획하고 있다면, 직종 선택에 있어 더욱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많은 이민자들이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단기적인 시각으로 직종을 선택한 결과, 많은 후회를 하며 영주권 취득을 위해 혹은 정착 후에 까지도 직종을 변경하기 위해 상당한 매몰비용을 투자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해외 취업 사전 준비 단계에서 철저한 조사와 신중한 선택이 중요합니다.
첫째, 제약 없이 해외 취업과 정착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는 비자 취득에 유리한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024년 현재 뉴질랜드 이민성은 농업, 비즈니스 전문가, 토목, 건설, 엔지니어링, 생산 공정, 보건 및 사회 서비스, 정보통신 기술(ICT)/ 전자 및 통신, 1차 산업, 과학, 교정직, 전문건설직 등 총 12개의 산업군에서 뉴질랜드 노동시장에서 수요가 높은 205개의 직종을 선별하여 'Green List'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Green List 중에서 Tier 1에 해당하는 직종은 해당 필요 조건을 충족하는 현직 종사자라면 바로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Tier 2 직종은 뉴질랜드 국내 취업 후 2년간 근무 후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뉴질랜드의 Green List처럼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부족한 직업군에게 영주권 취득 및 이민 혜택을 주는 제도가 있으니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부족 직업군도 매년 갱신되며 특정 직업이 리스트에서 사라지거나 새로운 직업이 추가될 수 있기 때문에, 취업 후 이민을 희망하는 국가의 이민 정책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합니다.
제가 직종을 고민할 당시에는 Green List 대신 부족 직업군 리스트가 존재했고, 해당 리스트 내에 있는 직업을 가진 이민자에게는 영주권 신청 시 가산점을 주는 제도가 운영 중이었습니다. 당시 부족 직업군 리스트 중 "Quantity Surveyor (QS)"라는 직업을 발견하고 선택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 해당 직업이 5년 이상 꾸준히 부족 직업군 리스트에 포함되었고, 둘째, 뉴질랜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QS의 영주권 승인률이 다른 직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셋째, 최소 학사 학위를 필요로 하여 비교적 진입 장벽이 높아 공급보다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Quantity Surveying 유학 후 취업을 목표로 삼게 되었습니다. 학교 졸업 당시 부족 직업군 리스트가 폐지되어 더 이상 가산점을 받을 수 없게 되었지만, 취업 시장에서 꾸준한 수요 덕분에 곧 Green List에 추가되면서 처음의 계획보다 더 빨리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뉴질랜드 이민성 Green List - Quantity Surveyor 필요조건
https://www.immigration.govt.nz/new-zealand-visas/preparing-a-visa-application/working-in-nz/qualifications-for-work/green-list-occupations
둘째, 관심이 가는 직종의 현지 근무 환경을 따져보아야 합니다. 유사한 직무를 수행하는 직업이 한국에 이미 존재하더라도 각 나라의 제도와 문화적 특성에 따라 하는 일이나 근무 환경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2023년 기준 한국의 간호사는 한 명 당 평균 16.3명의 환자를 돌보는 반면, 뉴질랜드의 간호사는 평균 7.5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습니다. 이마저도 현재 뉴질랜드의 의료 인력 부족으로 인한 '일시적 증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뉴질랜드 간호사 노동조합은 하루빨리 간호사 대 환자 비율을 1 대 4까지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뉴질랜드 환자들이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뉴질랜드 간호사들에게 더 나은 근무 여건을 제공하여 직업적 만족도를 증가시키는 데 기여합니다. 이처럼 같은 직종이라도 해당 국가의 근무 여건에 따라 직종의 성격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에, 사전에 해외 취업 희망 국가의 현업에 있는 사례 조사를 통해 어떤 환경에서 일하게 될지 미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한국에 머물며 해외 현지 업계 사정을 파악하기란 분명 무리가 있습니다. 설사 관련 정보가 인터넷 기사나 협회 등 웹사이트를 통해 열람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언어적인 한계로 인해 접근성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해외의 업계에 관련된 한인 커뮤니티를 통해 도움을 받는 것입니다. 해외 현지의 한인회나 현지에 진출해 있는 한국인 위주의 협회 및 비영리단체 등을 통해 현지의 특정 업계에 있는 한국인 모임의 여부를 문의한 후에, 연락이 닿으면 직접 조언을 구하는 방법입니다. 실제 저의 경우, Quantity Surveying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은 후 뉴질랜드 내의 한인 건축/건설인 모임을 소개받아 조언을 구할 수 있었으며, 검색을 통해 KIQS라는 세계 각지에서 QS로 활동 중인 한국인의 모임을 찾아내어 직업 전반에 대한 조언을 호주, 뉴질랜드, 영국 등 세계 전역에서 현업에 있는 분들로부터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OKTA (세계한인무역인협회), KOTR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 세계 각 주요도시 현지에서 교민들과 밀접하게 교류하며 취업 알선 및 네트워킹 등 여러가지 도움을 주는 단체들이 있으니 현지 지사와 사전에 연락해 취업 관련 조언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개최된 취업박람회 "Career Fair" by 옥타 x 코트라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개최된 취업 Mentoring Day by 코트라
세번째로, 취업 과 정착 이후의 생활에서 이 직업이 내게 가져다 줄 안정성과 직업적 만족도를 고려해야 합니다. 해외 취업이나 이민을 목표로 준비하시는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이 바로 취업 혹은 이민 그 이후의 생활에 대한 계획입니다. 비자 취득에 유리한 직종을 선택하여 현업에 있는 멘토에게서 조언을 얻어 취업에 성공했다 한들, 그 이후 이어나갈 커리어와 이민자로서의 타향 살이는 또 다른 문제인 것입니다. 이민 1세대는 어쩔 수 없이 평생을 이방인으로 살아간다는 말이 있듯이, 정착 이후의 이민 생활은 언어, 인종, 문화적 차이로 인한 핸디캡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첫 번째로 배운 언어, 나의 피부색, 그리고 내게 익숙한 모국의 문화는 절대 바꿀 수 없는 것이지만 '직업'은 이민 생활에서 우리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이민자에게 직업이란 아무런 연고 없는 외국에서 나를 증명하는 신분이자, 동시에 다른 사람들이 나를 파악하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내 직업이 곧 나의 정체성이 되기에 무엇보다도 직업 만족도가 가장 중요한 까닭입니다.
제가 직종 선택을 놓고 고민할 당시 높은 직업 만족도를 기대하면서 정착 이후의 안정적인 미래를 꾸릴 수 있는 직업을 찾기 위해 세웠던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제 3자에게 제 직업을 소개했을때 인지도와 신뢰를 줄 수 있는 전문직 혹은 기술직일것
◆ 직업과 관련된 공식 협회나 노동 조합이 설립되어 있어 직업적 지위나 처우를 지속하여 보장받을 수 있을 것
◆ 커리어 개발을 통한 꾸준한 연봉 상승이 가능할 것
◆ 최소 학사 학위나 유사한 수준의 자격이 요구되는 직업일 것
직종 선택은 해외 취업 및 이민 성공의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원하는 직종과 본인의 선호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신중한 선택이 필요합니다. 단기적인 시각보다는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비자 취득 및 연봉 같은 현실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직업 자체에서 오는 만족도까지 고려한 전방위적이고 치열한 고민이 후회 없는 직업 선택과 성공적인 해외생활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2018년 뉴질랜드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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