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극! 보수적인 업계vs자유로운 업계 두 회사를 다 겪어본 나의 이야기
- 멘토
- [일본] 이예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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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예솔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좋은 기회로 일본 멘토를 맡게되면서 먼저 어떤 글을 쓰는게 좋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글=자기소개를 하자!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력을 줄줄줄 읊는 것 보다 처음에 만나 대화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에 대해 알게 되는 것 처럼, '내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게 자기소개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러므로, 제 소개는 간략하게 줄이고, 저의 파란만장했던 직장생활 썰을 풀며 여러분께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 이력
유학,워홀,취직 받아볼 수 있는 비자는 다 받음
전 관광 업계근무 / 현 IP비즈니스 관련 업계에서 기획 쪽 근무
진짜 간단하죠? 그럼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
1. 일본 생활의 첫 발걸음
저는 어릴때부터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했고, 그냥 막연히 일본에 대한 환상만 가득한 유년시절을 보냈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시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이.. 너, 내 동료가 되라는 일본어로 말할 수 있지만 얼마인가요? 는 못하는 일본어 까막눈이었습니다.... ^^;;;
그러다가 2013년도 쯤, 관동 대지진의 영향으로 당시 다니던 한국 대학교의 일본 교환학생 모집 인원이 미달이 뜨게 되어,
운이 좋게 교환학생으로 가게되었고, 1년간 교환학생으로 지내면서 아, 일본에서 살아보고싶다. 라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그러고 워홀, 일본 유학을 거쳐 취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2. 첫 취업은 어느 업계로 갈까..?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 일단 외국인으로서 취업이 쉬운 분야가 뭐가 있을까? 라는 고민을 했습니다.
학생시절에 테마파크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도 있었고, 제가 취업 준비를 할 당시에는 일본이 인바운드(외국인 관광객)을 노리려고 정부차원에서 여러가지 정책을 내놓던 그야말로 호황기였거든요.
외국인으로서 취업의 장벽이 낮음+일본 정부가 밀어주는 사업 분야+서비스직을 해봤던 경험. 이 세 가지가 맞물려서 나온 결론은 이러했습니다.
" 관광업계로 가자! "
여기까지 읽으시면서 무언가 빠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신가요?
학교에서 진로를 고민할 때, 장래희망을 적어낼 때 혹은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공고를 볼 때, 나의 적성은 어떤지 나와 맞는 직업은 무엇인지 다들 한번쯤은 적성 검사를 했던 경험이 있으실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업계를 정할 때 제 적성에 맞는지 고려하지 않았고, 그 결과는 후에 서술할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를 낳게 됩니다..
3. 드디어 입성한 관광업계..근데 이렇게 보수적이야?
앞서 말한 것 처럼 제가 취업활동을 할 당시에는 일본 정부가 올림픽을 앞두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인바운드 사업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하고 있었고, 방일 관광객 순위가 중국에 이어 2위가 한국인이었기때문에 관광업계 취직은 아주 쉬웠습니다.
관광업계라고하면 여행,호텔,레저 등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요, 저는 그중에서도 여행업계에 취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근무하던 회사에서 사원 연수로 방문한 곳들
거기다가 근무지는 도쿄 안에서도 손꼽히는 중심가! 그야말로 별천지였습니다. 퇴근하면 여기저기 돌아다닐 곳이 많았고, 회사에서도 연수로 여러 관광지를 보내줘서 일본의 여러 관광지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지요. 그렇지만 생각보다 보수적이었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하여서 보수적이다. 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며, 마냥 나쁜 의미 보다는 장단점이 있다는 뜻의 보수적이다로 받아들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① 왜 보수적이었는가?
간단하게 설명해 드리자면, 제가 취업한 회사의 모기업이 교통/운수 관련 회사였고, 시민의 생활과 안전에 직결되다보니 입사시에는 학창시절의 출석률이 100프로가 아니면 서류에서 떨어트린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주 보수적인 업계였습니다.
(일본의 대부분의 교통시설은 정해진 시간내에 도착하도록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짜여져있거든요)
당연히 그렇다보나 계열사도 모기업에 따라 갈 수 밖에 없던 것이었지요.
②어느 부분이 보수적이었는가?
(1) 근무시간
최근 일본 회사는 플렉스근무(유연근무제)라고 해서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방식이 많이 도입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근무하던 회사는 그런건 전혀 없었습니다. 회사가 정해진 시간에 출근,퇴근을 해야했고, 이 기준이 무엇이냐하면, 바로 고객의 생활 패턴이었습니다. 평일은 늦은 시간에 점포를 오픈하고, 직장인들이 퇴근하는 6시 이후까지 영업을 했었죠.
(2)외부와의 소통 방법
정말 이건 한국에 사는 친구들도 듣자마자 경악을 했던 포인트인데..
처음 입사하고 배운 것이 팩스를 보내는 방법이었습니다..저도 살면서 팩스기를 일본에서 처음 봤습니다. 요즘같이 디지털화 된 시대에 굳이 팩스를 사용하는 이유는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료칸같은 경우, 오카미상(료칸의 최고 책임자)이 연세드신 분들이 많아서 메일을 사용하기 어려워하다보니 고객의 예약 정보를 수기로 적어서 보내야 한다더라구요..
(3)사내 정보 관리
여기까지면 아.. 아날로그 인가보다 하실테지만, 정말 보수적이다 라고 느낀 부분은 바로 사내의 중요한 정보를 관리할 때 였습니다.
물론 당시 근무하던 회사도 메일을 보낸다던가, 여러가지 데이터를 컴퓨터안에 저장하긴했지만, 고객의 개인정보가 포함 된 중요한 자료는 전부 수기로 적거나 데이터입력 후, 복사해서 파일에 보관했습니다. 당시 흘러가는 이야기로 들었는데 서버에 저장하면 외부적인 요인이나 내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파일이 소실 될 위험성이 있어서. 였습니다. 디지털시대에 발을 맞춰 나아가는 현대의 흐름을 어찌보면 불신하는 보수적인 사고방식이었지요.
단점을 쭉 늘어 놓은 것 처럼 보이는데, 물론 장점도 있었습니다.
근무 시간의 경우에는 오히려 영업시간이 정해져 있다보니, 잔업(야근)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팩스를 사용한다는 건 대화를 할 때도 메일이나 어플을 사용하기보다는 대면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일본의 비즈니스 스킬을 쌓기에는 너무 좋은 환경이었지요. 또한 간혹 한국의 대기업들이 사이버 공격을 받아 전산이 마비되었다! 라는 뉴스를 듣는데, 점포가 천재지변으로 사라지지 않는 한은 정보를 반영구 보관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4.그럼에도 적성과 맞지 않았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제 적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직업을 선택했습니다. 정해진 매일, 정해진 루틴.. 어찌보면 안정적이고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분들께는 최적의 직장일지도 모르나, 저는 매일매일 새로운 무언가가 없으면 답답해하는 자유로운 성격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당장 삼일 뒤에 여행에 가고싶은 기분인데 지금 직장은 모든 것이 정해져있다보니 한달 전 부터 쉬고싶은 날을 미리 말해야만 가능했고, 나의 생활 패턴 보다는 고객의 생활 패턴을 우선해야하다보니 점점 스트레스가 쌓였고, 이직을 고민하던 찰나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여행업계가 크게 흔들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혀 정반대의 분위기인 회사로 이직하게 됩니다.
안녕 정들었던 내 일터 신주쿠
5.자유롭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서두에 적었지만 저는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좋아서 일본에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입니다.
기왕 한번 사는 인생인데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일을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평소에도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등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무언가 창작하는 것을 좋아했기때문에 IP비즈니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진로를 정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완전히 다른 업계로 가는 것은 거의 중고신입으로서 입사하는 것과 마찬가지기때문에 이직과정도 쉽지않았지만,
제 가능성을 봐주신 어떤 한 분을 만나게되어서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IP비즈니스 사업을 하는 회사에 입사하게 됩니다.
회사에 입사하고 관계자로서 가게 된 일본 최대규모의 애니메이션/게임/만화 이벤트 코미케
6.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새로 이직하게 된 회사의 환경은 이전의 회사와는 정반대 였습니다. 한 달의 필요한 근무시간만 채운다면 원하는 시간에 출근해서 원하는 시간에 퇴근할 수 있었고, 오늘은 사무실에 출근 할 기분이 아니면 재택근무로 자유롭게 선택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내 개인의 생활을 우선시 할 수 있게 되었고, 처음에는 마냥 좋았지만 얼마 안가 이 자유에는 큰 책임이 따르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재택근무의 소소한 즐거움인 일하면서 디저트먹기 / 팀원이 전부 재택근무여서 회의실에는 나 혼자만..
①어느 부분이 자유로웠는가?
(1)근무 시간
예를 들어, 월요일 아침 일찌감치 일을 하고 싶지 않을때, 느즈막히 오후에 출근하게 됩니다. 그러나 내가 해야할 일은 8시간을 투자해야하는 일입니다. 저는 오후에 출근했으니 일에 투자 할 수 있는 시간이 4시간밖에 되지 않지요? 그러나 4시간안에는 도저히 해결을 할 수 없습니다. 근데 이 이후에 약속도 있고 나는 6시 정시 퇴근이 하고싶은데...
제멋대로 같아 보여도 자유를 누린 만큼의 대가는 지불해야합니다. 저는 나머지 4시간을 돌아올 화수목금에 나눠서 야근을 추가로 1시간씩 해서 일을 처리하게 됩니다. 이건 단순하게 예로 든 것이지 업무 일정의 데드라인이 있다면 논 만큼 다른 날에 더 강도 높게 일을 해야합니다.
(2)근무 환경
지금의 회사는 사무실 출근/재택근무를 자유롭게 선택 할 수 있습니다. 회의가 잡혀 출근해서 회의실에 가보면 저 이외의 다른 멤버는 전원 재택근무라서 외로이 회의실을 지키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정말 극단적인 경우는 한달만에 대면으로 팀원의 얼굴을 보고 서로 생존 확인을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하.
내 시간이 확보 된 만큼, 사내의 사람들과는 마주칠 일이 적어지게 되니 자연스럽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도 대면에 비하면 어려워지더라구요.
(3)모든 것을 노트북 하나로 해결한다!
출근해서 확인해야 할 일이 있는 것 외에는 기본 재택근무다 보니 이전 회사와는 다르게 노트북에 회사의 모든 정보가 들어있었고,
외부의 서버를 활용해서 공유를 하는 방식이 되어 있습니다. 이전 회사에 근무 할 당시 고객의 정보를 찾으려면 한참동안 서류함을 뒤져야 했는데 이제는 검색 한번만 하면 바로 나오니 그럴 수고가 덜 해진 것이지요. 편리해졌습니다.
그러나, 회사와 연동 된 서버에 이상이 생긴다던가 사용하는 외부의 어플이 긴급 점검에 들어가게 되면 그것들과 연계되어 있는 제 업무도 올 스탑이 되어버리는 상황을 종종 겪었습니다.
물론, 기한이 없는 업무라면 상관 없지만 데드라인이 코앞인데 서버가 움직이질 않을때는 정말 ^^;;.... 밤잠을 설칠 정도였습니다.
6.지금의 업무는 적성에 맞는가?
최근에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다가 부모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너의 예전의 직장은 정해져있는 것만 수행하면 되었는데,
지금은 새로운 것을 매일 창조해내야하니(기획) 생각하는 시간만으로도 하루가 다 가겠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확하게 들어 맞는 말이었습니다.
이전의 직장은 이미 정해져있고, 안정 된 루틴이 있다보니 그 안에서만 움직이면(근무시간) 그 외의 시간(근무 외 시간)은 업무에 대해 생각 할 일이 별로 없었는데 현재는 빠르게 변화하는 이 세상에 맞춰서 새로운 것을 계속 생각해내야하니, 휴일에도 밖에 나가서 무언가를 보고 '와..이 사람은 어떻게 저런 기획을 해냈을까..' 라며 사생활과 직장생활의 사고방식이 연동되어있는 순간이 많아지더라구요.
그렇지만 저는 매일이 반복되는 것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나름 현재 일이 적성에 맞는다는 마음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안정되고 반복되는 것을 추구하시나요? 아니면 매일매일이 다다르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시나요?
취업 준비를 하면서, 수 많은 회사의 정보를 찾아보며 그 회사의 분위기가 어떻고, 사내 문화는 어떠하며, 근무자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업이란 나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 되는 만큼, 제 이야기를 읽으시고 한번쯤은 자신의 적성,성격,추구하는 것에 대해 고민해보시고
여러분께 맞는 업계/기업을 잘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혹시 고민이 되신다면, 제게 언제든 질문을 남겨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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