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비전공자 시리즈 - (심화편)비전공자 딱지 떼기
- 멘토
- [일본]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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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콘텐츠는 IT비전공자 시리즈의 심화편으로 일본 이미 IT업계에 진출하신 분들, 혹은 일본 IT업계 진출 방법에 이미 갈피를 잡았고, 취업 이후 어떻게 커리어 계획을 수립할지 고민하고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한 콘텐츠다. 아직 어떻게 일본 IT분야로 진출할지 방법을 찾고 계신 분들은 이전 콘텐츠 “IT비전공자 시리즈 - 일본 IT업계 입문하기”를 먼저 읽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1. 일본 기업 vs 한국 기업 vs 외자계
이전 입문편 콘텐츠에서 분야와 기술, 첫 직장 선택기준을 다뤄보았다면, 이번에는 국가 기준으로 일본 기업, 한국 기업, 외자계의 특징을 살펴보려고 한다. 이직을 준비할 때 이 부분도 상당히 고민될 것이다.
일본 기업- 일본어를 빠르게 배울 수 있다. 국내 기업이기 때문에 다양한 직무가 있고 전환이 수월하다. 예를 들어 본사의 일부 기능을 담당하거나 비즈니스의 제한을 받는 외자계/한국 기업과 달리, 일본 기업은 그 자체가 본사의 모든 기능을 가지고 있으므로 직무가 다양하다. 주변에서 보면, Project Manager에서 엔지니어로, 웹 엔지니어에서 모바일 엔지니어나 데이터 엔지니어 등 아예 다른 분야로 직무를 이동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또한 복리후생이 좋다. 전통적인 일본 기업 (현지에서는 JTC, Japanese Traditional Company라고들 부르기도 한다.) 의 경우, 어린이집이 있다거나 육아휴직 기간이 길거나, 골든위크, 오봉휴가, 주택 지원 등의 혜택 들을 누릴 수 있다. 물론 외자계도 스톡옵션이나 여러 금전적 혜택이 있지만, 그 외에 일본 생활에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부분에서 누릴 수 있는 복지는 대체로 일본 기업이 많은 편이다. 또한 책임이 분산되어 있으며 부족한 실력에도 상당히 관대한 편이다. 관료주의적인 분위기, 느린 페이스, 영어를 모르는 답답함! 등을 느낄 수 있다. 여담이지만 메소드를 쓸 때 일본어 발음을 그대로 영어로 쓰는 기업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예를 들어 “결제 이력”을 보는 메소드를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보통의 기업들이라면 payHistory 와 같이 완벽한 영어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알아듣기 쉽도록 영어 단어를 붙여서 만든다. 하지만 앞서 말한 일본회사들은 종종 메소드 이름을 ketsaiRireki 로 하는 것이 강요될 때가 있다고 한다. 공식문서 등 영어 원문을 참고해야하는 경우가 많은 IT필드에서 이런 상황을 마주하게되면 고구마 10개를 입에 넣은 기분이 든다. “Okay데스” 처럼 굳이 영어와 일본어를 섞어서 불필요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는데 하여간 수많은 언어적 비효율을 보게 될 것이다.
한국 기업 – 아직 일본어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본사에 비해서 일본 법인은 기능이 적은 경우가 많아 업무 폭, 복리후생 제도가 제한된 경우가 많다. 한국 기업의 문화와 일본 문화가 섞여 있고, 국내의 유명한 서비스가 일본에 진출하는 업무를 직접 담당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한국 기업, 일본 기업 양쪽의 단점을 경험하게될 수도 있다. 이를테면, 관료주의적 분위기 속에서 무리한 업무처리량. 개인적으로 한국 기업 최고의 장점은 한국인 시니어에게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 시니어에게 기술을 배우기보다 한국 시니어에게 배우는 편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시니어가 해당 기업에 있는지, 그리고 그 시니어와 같은 프로젝트를 들어갈 수 있는지 등을 확실히 알아봐야 한다.
외자계 – Microsoft, Google, AWS, 필자가 있는 Epam systems 와 같은 외자계를 선택한 이유는 매우 명확하다. 먼저 일본 기업/한국 기업에는 어느 정도 나이에 맞게, 경력에 맞게 설정된 연봉 캡이 존재한다. 하지만 외자계는 나이에 상관없이 실력만 있다면 연봉협상을 주기적으로 가질 수 있으며 기본적인 연봉 수준도 훨씬 높다. 또 일본어보다는 영어에 자신있는 분들이 도전하기 쉽다. 이러한 기업들은 보통 LinkedIn에서 찾을 수 있으며 딱히 일본 내국인들만 뽑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채용공고를 하기 때문에 직무공고(Job Description)도 영어와 일본어를 병기하는 경우도 많다. 기업문화도 수평적이고 일본어는 물론, 다양한 언어와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경험할 수 있다. 다만, 단점은 엔지니어로서의 업무 분야가 매우 한정되어있다는 것이다. 특히 외자계 SI회사가 아닌 이상, 개발직과 같은 순수한 엔지니어보다는, 엔지니어 지식을 바탕으로 컨설팅 업무를 병행하는 Solution Architect나 Support Engineer 직무가 대다수이다. 때문에 고객과의 접촉에 익숙하지 않은 엔지니어분들이나 커뮤니케이션에 자신이 없는 분들에게는 조금 망설여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일본인들 입장에서도 엔지니어로 수년간 커리어를 쌓다가, 국내 기업의 연봉 천장에 부딪혔을 때, 엔지니어직무를 내려놓고 Project Manager를 할까, 외자계의 Support Engineer로 전향할까를 고민하는 일본인들이 많다.
다양한 언어가 요구되는 Cloud Support Engineer (출처: EPAM Systems 채용페이지)
2. 순수혈통 엔지니어 vs 벤지니어(PM 등) vs 컨설팅계
엔지니어로 근무하다보면 자부심도 느끼고, 본인만의 엔지니어로서의 가치관이 생기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자주, 고객의 요건을 전달하는 사업부나 무리한 개발 일정을 잡는 프로젝트 매니저와 갈등을 겪는 경우도 많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아직 많은 대기업들은 사업 기획 및 고객과의 소통을 담당하지만 엔지니어 지식이 없는 사업부나 아주 기본적인 기술만 갖춘 반쪽짜리 프로젝트 매니저가 더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다. 엔지니어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유쾌하지만은 않다. 많은 엔지니어들이 “사실 실리콘밸리의 테크기업들처럼 혁신을 위해 정말 우대를 받아야하는 것은 엔지니어이고 사업부나 PM이 좀 더 기술적 상식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데에 동의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직할 때 급여를 더 많이 받는 PM으로 전향할까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다. 혹은 벤지니어, 즉 엔지니어에 비즈니스가 가미된 직무를 추구하기도 한다. 성향에 따라서 오히려 엔지니어보다는 비즈니스 쪽이 더 맞는 사람들이 있다. 필자가 그렇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아직 커리어의 초반에는 순수 엔지니어를 유지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 이유는 순수 엔지니어에서 사업부나 PM으로 전향하는 것은 쉽지만, 그 반대는 어렵기 때문이다. PM으로 전향할 때 이 질문을 던져보자. “지금 내 기술 수준이 나의 Maximum이 된 채로 나는 엔지니어직을 떠나도 괜찮은가?” PM과 같은 직무를 지망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흔히 보이는 반쪽짜리 PM이 되지 말고, 기술적 내공을 조금 더 쌓아서 PM이 되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필자의 아주 가까운 지인이 개발자에서 이른 시기에 PM자리에 올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과 멀어지는 것을 느끼며 다시 엔지니어로 돌아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모습을 보면서 느낀 것이다.
한편, 컨설팅계는 어떨까? 이 또한 위의 이야기처럼 적어도 엔지니어로서 3년 이상의 경력을 쌓고 도전하는 것을 추천한다. 컨설팅계는 보통 외자계가 많고 급여도 높다. Solution Architect, Pre/Post sales 등 컨설팅 관련 직무도 많다. 컨설팅 관련 직무 중에서도 Engineer 직무인 Technical Support Engineer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Technical Support Engineer은 회사가 가지고 있는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기술적 솔루션을 제공해주는 포지션이다. 여기서 회사의 제품에 따라서 SaaS(Software as a Service)의 Support Engineer인지, 플랫폼에 대한 Support Engineer인지에 따라 역할과 기술스펙이 극명하게 달라진다. 전자의 경우, 제품에서 발생하는 에러들을 매뉴얼에 따라 해결책을 제시하고 Customer Service에 크게 의존하는 Support Engineer이지만, 후자의 경우, 네트워크, 서버, 개발지식 등 컴퓨터 공학 전반에 걸친 지식이 필요해진다. 전자의 예시로 Gmail이나 Slack의 서포트 엔지니어를 들자면, 후자의 경우 AWS, GCP, Azure 등 클라우드 플랫폼의 Cloud Support Engineer가 있다. 후자는 서비스 자체가 자격증이 존재할 정도로 깊고 수요도 많기 때문에 기존의 개발 등 한 가지 기술에 국한되어 기술에 갈증을 느끼는 분들에게 매우 추천하는 직종이다. 또 외자계에서 Engineer 직종은 대부분 Support Engineer이고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수요가 높은 직종이기 때문에 한 번쯤 고려해보길 바란다.
왼쪽부터 고객, PM, 테스터, 그리고 마지막으로 개발자(엔지니어)의 모습
3. 비전공자 딱지 떼기
일본에 취업을 했거나, 취업을 앞둔 단계에서는 이제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비전공자로서 첫 일본 IT기업에 취업할 때는 0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나의 진가를 증명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첫 직장을 시작 후 1~3년 후의 이직에서는 이제 나의 IT 외적인 스킬들도 한껏 발휘할 기회가 온다. 한편, 이직 시장에서 전공자와 나란히 경쟁하게 되므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비전공자”라는 레이블을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잘라내는 작업이다.
먼저 전공자에 준하는 경력을 빠르게 쌓거나 자격증을 따는 방법도 있지만,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으로 학위를 따는 방법을 소개하려고 한다. 실제 필자가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많은 전공자가 컴퓨터 공학(Computer Science, CS)” 학위는 중요하지 않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들은 비전공자처럼 그저 취업을 위해, 필요한 것만 선택해서 공부를 해온 사람들이 아니므로 우리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전공자들은 기본적인 CS 개념들을 모두가 친숙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누구나 CPU, 메모리, OS, HTTP, TCP/IP의 단어들에 대해서 알고 있다. 하지만 전공자들이 “알고 있다”라고 하는 것과 일반인들이 “알고 있다”라고 하는 것은 다르다. 전공자들은 우리가 이런 단어를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본인들의 수준만큼 “알고 있다”라고 착각하곤 한다. 본인도 경력이 쌓이면 쌓일수록 공학의 기본적인 베이스에 구멍이 너무 많다는 것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데에 장애물이되는 경우를 많이 경험해보았다. 사상누각은 오래가거나 높이 오르는 데 한계가 있다.
먼저, 쉬운 선택지로 온라인 학부를 시작하는 방법이다. 수강 및 과제가 온라인이기 때문에 직장을 다니면서 시간을 유동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필자 주변에는 한국방송통신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시작한 경우를 종종 보았다. 본인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상태라면 3학년으로 편입학이 가능하고 빠르면 2년 만에 졸업할 수 있다. 이전까지는 중간/기말고사를 위해 반드시 오프라인으로 참석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었던 것 같은데 최근 재외국민 전형이 신설되면서 해외 취업 중인 학생들도 온라인으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또 학기별 등록금도 매우 저렴해서 (40만원 이하) 금전적으로 크게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정확한 내용은 해당 입학처에서 직접 찾아보길 바란다. 온라인 학부를 수료하면 CS 학위를 받기 때문에 대부분 IT 기업들의 요구조건인 “컴퓨터 공학과 이에 준하는 경력을 보유한 자“에 대해서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뿐만 아니라, 내적으로도 CS의 기본을 배우고 본인이 종사하고 있는 분야에 국한되어있던 시야가 CS 전반을 보는 시야로 넓어지게 될 것이다.
한편, 어느 정도 영어에 자신이 있고, CS를 독학으로 배운 분들에게는 바로 미국 온라인 대학원을 도전하는 방법도 추천하고 싶다. 필자는 Georgia Tech의 Online Master of Science in Computer Science (OMSCS)를 준비하고 있다. 100% 온라인 클래스이지만 실제 캠퍼스로 대학원을 졸업한 사람들과 동일한 수업 내용, 동일한 학위를 받는다. 학비도 매우 저렴해서 올해 기준 졸업까지 총 800~900만원 사이다. 미국 대학원을, 그것도 CS로 7,8위에 들어가는 대학원을 1000만원 이하의 비용으로, 그것도 직장을 다니면서 졸업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 좋은 이점이다. 해당 홈페이지(https://omscs.gatech.edu/)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보기 바란다. 이 외에도 콜로라도 대학(UC Boulder), 텍사스 대학, 일리노이 대학 등이 대표적인 온라인 코스를 제공한다. 인공지능이나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를 준비하는 분들이라면 수학. 메가스터디의 대학교 버전인 유니스터디에서 공학 수학등을 수강하거나 고등학교 이과 수학을 통째로 공부하는 케이스도 보았다.
조지아 공대의 OMSCS가 학비가 가장 저렴했다.
Colorado 대학 데이터 사이언스 석사 온라인 과정 홍보 영상 중, "Same Diploma" 즉, 온라인도 같은 오프라인과 똑같은 학위를 받는 다는 점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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